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1.20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사회일반
[사회] 그래도 희망이다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12일(月)
“밥 준다 해서 시작했는데… 처음 내 삶을 돌이켜 보게 돼”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 수료 ‘노숙인 출신’ 홍진호씨

“영등포역서 만난 사람들과 수업
서로 ‘선생님’부르며 유대 생겨”


“밥값 선불 200원이란다. 주머니를 뒤져본다. 없다, 아무것도 없다. 돌아서 가려는데 누군가 붙잡는다. ‘외상 됩니다.’ 식판을 받아들고 국을 한 수저 뜨는데 물방울 하나가 떨어진다. 200원짜리 밥…드셔 보셨습니까?”

노숙인 출신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 13기 수료생 홍진호(42·사진) 씨의 글이다. 홍 씨를 포함해 이 과정 15명 수료생이 13일 성공회대 성미가엘성당에서 학사모를 쓰고 졸업한다. 올해로 13년째 수료생을 배출하는 성프란시스대학은 대한민국 최초의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과정으로 코닝정밀소재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현재 운영 중이다.

홍 씨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영등포역과 서울역 일대를 떠돌던 노숙인이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홍 씨는 군대에서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뒤, 퀵서비스·건설 일용직 등의 일을 하던 중 공사장에서 허리를 다쳐 6개월을 쉬면서 고시원 방값조차 내지 못한 채 노숙인 신세가 됐다. 갈 곳이 없어 거리로 나왔지만, 자괴감이 그를 덮쳤다. 홍 씨는 “‘내가 왜 이렇게 됐나’하는 생각으로 지하철 계단에 멍하니 앉아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만 봤다. 그러다 숙자 아저씨(노숙자의 은어)한테 물어 200원짜리 ‘짤짤이밥’도 먹고, 쓰레기통에서 옷도 주워입었다”며 “견딜 수가 없어 24시간 동안 소주만 입에 달고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순간 내가 불쌍해지더라. 영등포역에서 용산구에 있는 서울시립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까지 걸어가면서 ‘진짜 마지막이다’ ‘안 되면 여기서 뛰어내린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센터를 찾아갔다”고 회상했다.

센터는 그에게 인문학 공부를 추천했다. 홍 씨는 “학교 다닐 때 꼴통 짓이나 하던 내가 공부가 재밌었겠느냐”며 “처음엔 밥 준다고 해서 시간이나 때우려 했다”고 쑥스러워했다. ‘생각의 전환’은 금세 찾아왔다. “‘노숙’을 주제로 글쓰기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처음으로 내 삶을 돌이켜봤다. 지금까지 내 삶에 이렇게 관심을 갖고 물어본 사람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홍 씨는 인문학을 ‘어울림’으로 정의한다. “영등포역에서 안면만 튼 사람들과 같이 수업 들으면서 유대감이 생겼다. 우리는 서로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지금 그는 센터의 후원으로 거리 생활을 끝마치고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의류 지원 사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따뜻한 집 있고 저녁엔 된장찌개 먹는 삶을 살고 싶다. 이런 꿈이라도 꾸게 된 게 인문학 덕분이다. 1년 동안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준 신부님과 후원 기업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mail 김수민 기자 / 사회부  김수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박지원 “손혜원, 의원 사퇴하고 복덕방 개업…이실직고해..
▶ 검도부 코치, 고교생 성기 잡고 “이건 내 것…기여, 아니여..
▶ 성관계 대가로 女판사 임명, 판사 아내와도 ‘성거래’
▶ ‘유승준 사태’ 나비효과…연예계 달라진 병역 문화
▶ 사라지는 만원짜리 지폐…천원권보다 적어졌다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300명에 부동산 구입 권했다면 복덕방 개업했어야 옳아”‘쪽지 예산’은 거듭 부인…“법적으로 증액, 정부 동의 받아”“재주는 내가 부렸는..
mark성관계 대가로 女판사 임명, 판사 아내와도 ‘성거래’
mark김동성, 또 구설수…‘친모 살해 청탁’ 여교사와 내연설
검도부 코치, 고교생 성기 잡고 “이건 내 것…기여..
2차 북미회담 “2월말, 장소 추후”…애매한 발표 이..
‘케어’ 박소연 “논란 두려워 안락사 못 알려…사퇴 ..
line
special news ‘유승준 사태’ 나비효과…연예계 달라진 병역 문..
병역 기피로 입국이 금지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이 한국 복귀를 시도하며 연예인 병역..

line
“트럼프, 코언에 러시아 ‘트럼프타워’ 사업관련 위증..
사라지는 만원짜리 지폐…천원권보다 적어졌다
극단적 선택 암시한 여행사 대표, 숨진 채 발견
photo_news
조수애♡박서원, 임신 했지만 5개월은 아니다..
photo_news
파퀴아오, 70번째 링에 오른다…주말 방어전
line
[북리뷰]
illust
모범생으로 사는 나, 식민통치의 결과물
[인터넷 유머]
mark장수와 건강의 비결 mark남자의 두 마음
topnew_title
number ‘박항서 매직’ 베트남, 극적인 16강행…‘땡큐..
세계 1위 할레프, 비너스 꺾고 동생 세리나..
“길 왜 안 비켜” 10대 학생 때리고 경찰관까..
로버트 드니로 “국경장벽 고집하는 트럼프,..
두리안 먹으러 왔나…호랑이떼 출현에 혼비..
hot_photo
여수서 갯벌로 추락한 승용차 화..
hot_photo
추사랑, 아빠 추성훈과 함께
hot_photo
하와이 인근서 길이 6m짜리 백상..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