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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그래도 희망이다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12일(月)
“밥 준다 해서 시작했는데… 처음 내 삶을 돌이켜 보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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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 수료 ‘노숙인 출신’ 홍진호씨

“영등포역서 만난 사람들과 수업
서로 ‘선생님’부르며 유대 생겨”


“밥값 선불 200원이란다. 주머니를 뒤져본다. 없다, 아무것도 없다. 돌아서 가려는데 누군가 붙잡는다. ‘외상 됩니다.’ 식판을 받아들고 국을 한 수저 뜨는데 물방울 하나가 떨어진다. 200원짜리 밥…드셔 보셨습니까?”

노숙인 출신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 13기 수료생 홍진호(42·사진) 씨의 글이다. 홍 씨를 포함해 이 과정 15명 수료생이 13일 성공회대 성미가엘성당에서 학사모를 쓰고 졸업한다. 올해로 13년째 수료생을 배출하는 성프란시스대학은 대한민국 최초의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과정으로 코닝정밀소재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현재 운영 중이다.

홍 씨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영등포역과 서울역 일대를 떠돌던 노숙인이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홍 씨는 군대에서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뒤, 퀵서비스·건설 일용직 등의 일을 하던 중 공사장에서 허리를 다쳐 6개월을 쉬면서 고시원 방값조차 내지 못한 채 노숙인 신세가 됐다. 갈 곳이 없어 거리로 나왔지만, 자괴감이 그를 덮쳤다. 홍 씨는 “‘내가 왜 이렇게 됐나’하는 생각으로 지하철 계단에 멍하니 앉아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만 봤다. 그러다 숙자 아저씨(노숙자의 은어)한테 물어 200원짜리 ‘짤짤이밥’도 먹고, 쓰레기통에서 옷도 주워입었다”며 “견딜 수가 없어 24시간 동안 소주만 입에 달고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순간 내가 불쌍해지더라. 영등포역에서 용산구에 있는 서울시립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까지 걸어가면서 ‘진짜 마지막이다’ ‘안 되면 여기서 뛰어내린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센터를 찾아갔다”고 회상했다.

센터는 그에게 인문학 공부를 추천했다. 홍 씨는 “학교 다닐 때 꼴통 짓이나 하던 내가 공부가 재밌었겠느냐”며 “처음엔 밥 준다고 해서 시간이나 때우려 했다”고 쑥스러워했다. ‘생각의 전환’은 금세 찾아왔다. “‘노숙’을 주제로 글쓰기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처음으로 내 삶을 돌이켜봤다. 지금까지 내 삶에 이렇게 관심을 갖고 물어본 사람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홍 씨는 인문학을 ‘어울림’으로 정의한다. “영등포역에서 안면만 튼 사람들과 같이 수업 들으면서 유대감이 생겼다. 우리는 서로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지금 그는 센터의 후원으로 거리 생활을 끝마치고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의류 지원 사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따뜻한 집 있고 저녁엔 된장찌개 먹는 삶을 살고 싶다. 이런 꿈이라도 꾸게 된 게 인문학 덕분이다. 1년 동안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준 신부님과 후원 기업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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