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상회담 제안 이후>냉랭한 北·中, 평창접촉 무산

北김영남-中한정 만남 없어
北, 中제재에 불만 표출인 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로 지난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한정(韓正)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방한 기간 결국 북한 대표단과 만나지 못해 북·중 관계 악화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이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한정 상무위원 면담과 관련해 “한·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에 공감하고 적극적인 협력을 하기로 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한 상무위원은 면담에서 “한반도 정세의 열쇠는 미국과 북한이 쥐고 있다”며 “한·중 양국은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를 추진하도록 같은 목표를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 상무위원에게 “남북 대화가 한반도의 평화적인 비핵화 문제로까지 이어져야 하며, 북·미 대화로 이어지도록 중국 정부가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방한에서 북·미 대화 진척을 위한 어떤 성과도 내놓지 못했다. 한 상무위원은 북한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과 어떤 공식·비공식 접촉도 갖지 못하고 귀국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한 상무위원이 북한 대표단을 만나지 못한 것은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단지 남북대화 지지만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 제재 동참으로 북·중 관계가 냉각된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경제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중국의 대북 제재를 우회해 남북 관계 개선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더 이상 손을 내밀 필요가 없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언론은 북·중 관계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북·미 관계 개선의 책임을 한국에만 돌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자매지인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11일 사평에서 “한반도가 중요한 기로에 섰다”면서 “한국이 북·미를 설득해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해 한국 고위급의 방북을 위한 긍정적 여건을 만들든지, 아니면 평화적 해법을 포기하고 더욱 첨예한 대결 국면으로 갈 준비를 하든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