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마케팅’ 휘젓는 마윈… 정작 안방서 숨죽이는 삼성전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여유만만한 마윈 회장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강원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예선전이 끝나자 경기장을 나서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10일 강원 강릉시 올림픽파크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위원장 등을 초청, 홍보관(왼쪽) 개관식을 성대하게 한 반면,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는 별다른 행사 없이 9일 홍보관(오른쪽)을 열고 운영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알리바바 제공

‘클라우드 기반 올림픽’주제로
알리바바 홍보관 개관식 열어
中의 4차산업혁명 선도 ‘과시’

막대한 후원 했던 삼성전자는
국정농단과 정부 무관심 속에
별다른 행사 없이 홍보관 열어

“이건희 회장의 20년전 결단이
오늘을 있게했는데 안타까워”

마윈(馬雲) 중국 알리바바 회장이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무대로 한 마케팅 대전(大戰)에서 ‘독주’하면서 재계가 우려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마 회장이 20년 전 올림픽 마케팅에 ‘승부수’를 던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떠올리게 할 만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반면 정작 삼성전자는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홍보관 개관식 은 엄두도 못 낸 채 운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문화일보 2월 8일자 16면 참조)

12일 재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지난 10일 강원 강릉시 올림픽파크에서 마윈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클라우드 기반의 올림픽’을 주제로 한 홍보관을 개관했다. 마 회장은 이 자리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초청, 클라우드 기반(데이터센터에 원격 접속해 원하는 서비스를 언제·어디서나 이용토록 하는 디지털 기술)의 인공지능(AI) 솔루션으로 구현하는 올림픽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마 회장은 “(지난해 체결한) IOC와의 장기적인 올림픽 파트너십은 우리의 기업 철학과 기술을 보여주는 궁극의 사례”라고 말했다. 바흐 위원장은 “IOC가 알리바바와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맞고 있다”며 “미래 지향적이며 혁신적인 플랫폼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마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올림픽 마케팅을 통해 4차산업 혁명을 선도하는 중국의 힘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20년 동안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활동해온 삼성전자는 정작 안방에서 올림픽을 치르고 있음에도 유명인 초대나 별다른 행사 없이 지난 9일 홍보관을 ‘조용히’ 열었다. 개관 직전 휴대전화 사업을 이끄는 고동진 사장이 점검 차원에서 방문했을 뿐이다. 삼성전자 개관행사뿐만 아니라 동계올림픽 관련 다른 행사에도 기업인을 보기 힘들다. 국정농단 사태와 정부의 비우호적인 태도에 막대한 후원을 했으면서도 정작 앞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평창올림픽에 한국 기업인은 보이지 않고 마 회장만 눈에 띈다”며 씁쓸해하고 있다. 실제 마 회장의 행보는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 때부터 미래를 보고 무선통신 분야의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활동하도록 한 이 회장을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시 이 회장은 가전 분야의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중장기 계약을 맺자는 IOC의 제안을 거절하다가 미국 모토로라의 포기로 공석이 된 무선통신 분야의 올림픽 파트너 자리를 꿰차도록 했다. 이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인 이동통신·스마트폰 혁명을 선도하는 기업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리게 된 ‘신의 한 수’가 된 것으로 삼성 안팎에서 평가하고 있다. 기업과 제품 홍보에 올림픽을 자유롭게 언급할 수 있는 IOC 공식 파트너는 전 세계적으로 13개사에 불과하고, 국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아마추어 스포츠를 후원해 봐야 홍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많았는데, 이 회장은 되레 자신의 글로벌 경영을 완성하는 승부수로 ‘무선 통신 분야의 올림픽 파트너 장기 계약’을 선택해 삼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마 회장의 올림픽 마케팅은 중국이 이제는 무형 자산인 브랜드 파워마저 우리나라를 따라잡겠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