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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재근의 TV세상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13일(火)
MBC의 평창개막식 중계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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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MBC 중계가 뭇매를 맞았다. 이날 중계엔 스포츠 해설가 옆에 방송인 김미화가 자리해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결과가 참담했다. KBS 중계 시청률은 23%, MBC 중계는 7.7%다. 단순히 인기가 없었던 것에 그치지 않고 엄청난 비난까지 쏟아진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집중적으로 난타당한 김미화는 사과하기까지 했다.

김미화가 난타당한 이유는 전문성 부족이다. 깊이 있게 해설하지 못하고 일반인 감상평 수준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농담 따먹기’로 일관해 격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정치적 해석의 여지가 있는 멘트도 도마 위에 올랐지만, 그 말은 마지막에 한마디만 한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 비판의 핵심은 전문성 부족이라고 봐야 한다. ‘준비를 철저히 해왔어야지, 집에서 드라마 보는 듯 어설프게 해설하니까 거슬려서 절로 채널을 돌리게 됐다’는 반응이다.

반면에 KBS는 장유정 감독을 내세워 찬사를 받았다. 장유정 감독은 개막식 부감독, 폐막식 연출을 맡은 주인공이다. 행사에 대해 누구보다도 깊게 아는 인물이고, 그에 따라 지식전달이 풍부하게 이루어졌다. 이것이 김미화 해설과 극명히 대조를 이루어 김미화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다.

김미화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 ‘의욕적으로 해설하려 했지만 전문성 부족으로 역부족’이었던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전문성 없는 말을 하라고 그 자리에 섭외된 사람이었다. 의욕적으로 작정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말을 한 것이다. 원래 연예인은 전문가와 함께 방송할 때, 주로 추임새 담당이다. 전문가 멘트 사이사이에 감탄사 리액션이나 개인적 경험 등을 말하며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인 것이다. 일반인 시각에서 전문가에게 질문하기도 하고, 또는 질문이 주어졌을 때 틀린 답을 말하기도 한다. 연예인이 질문하거나 틀린 답을 말했을 때 옆에서 교정하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해주는 역할을 전문가가 한다.

MBC 중계의 문제는 세 명의 출연자 중에 정보전달 역할을 맡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에 있었다. 스포츠 해설가는 김미화보다도 더 감상평에 치중해 해설가라는 직책이 무색했다. 거기에 캐스터의 정보전달까지 부실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이것은 사고가 아닌 기획인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부실한 정보전달을 작정했다는 말이다. 방송은 치밀한 대본 자료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캐스터와 해설가가 자료 내용을 전달하고 연예인은 감상평으로 거든다. 그런데 MBC 중계에선 감상평만 난무했다. 이게 사고라면 연출진이 교정했을 텐데 끝까지 이어졌다는 것은 애초의 기획이 그랬다는 뜻이다. 그런 기획으로 초래된 문제를 김미화가 뒤집어쓴 셈이다.

이번 사태의 교훈은, 아무리 예능 전성시대에 모든 것이 예능화된다고 해도 전문적 영역의 의미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정치시사토론까지 예능화하고 선거개표방송을 개그맨이 진행할 정도로 방송이 가벼워지고 있다. 방송사는 시청자들이 그걸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개막식 중계 파문이 그렇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시청자는 마냥 ‘농담 따먹기’만 선호하는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묵직한 프로그램엔 그에 걸맞은 심층적인 콘텐츠가 담겨야 한다. 시청자는 재미 못지않게 깊이 있는 정보도 원한다는 점을 MBC가 간과했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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