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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18 설특집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14일(水)
충직·용맹·영리한 ‘인간의 벗’… “우릴 보고 좀 배우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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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이지신도 술신(戌神) 초두라대장(招杜羅大將).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  개 모양 토우(土偶) 장식 받침대.
▲  개 모양 연적(硯滴).
예부터 주인 구한 설화 많아
五倫 아는 동물이라고 불려
임실군엔 義犬碑까지 세워져

‘황금개 해’로 불리는 무술년
600년전 세종대왕 즉위하고
420년전 이순신장군 倭섬멸


음력을 기반으로 하는 무술년(戊戌年)은 입춘(立春)이었던 지난 4일 시작됐다. 새해 시점을 해가 길어지는 동지(冬至)로 잡기도 하지만, 보통 봄을 체감할 수 있는 입춘을 신년의 시작으로 본다. 하늘의 이치를 담은 10개의 천간(天干)과 땅의 기운을 담은 12개의 지지(地支)를 하나씩 짝을 맞추면, 갑자(甲子)에서 계해(癸亥)까지 예순 개의 간지(干支)가 나온다. 따라서 ‘무(戊)’와 ‘술(戌)’이 합쳐진 무술년은 60년 만에 온다. 무(戊)는 오행상 ‘土’(토)이며, ‘土’는 오행상 황색을 나타낸다. 술(戌) 또한 오행상 ‘土’이며, 12지의 열한 번째 동물인 개에 해당한다. 따라서 무술년은 ‘누렁개 해’지만, 기분 좋게 ‘황금개 해’로 부르는 것이다. 공연히 주술화한 것이며 상술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새해 덕담을 나누기에도 괜찮은 듯하다.

12지(支)의 개는 시간상으로는 술시(戌時)로 오후 7∼9시, 달로는 음력 9월, 방향으로는 서북서에 해당하는 시간신이자 방위신이다. ‘십이지의 문화사’(돌베개)를 쓴 허균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은 “동물 자체의 모습에 집착해 개띠 해에 태어나면 재주가 많다거나 하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원래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며 “‘戌’은 1년 역법으로 치면 오음지월(五陰之月)에 해당하며, 모든 성장을 거친 후에 다음 세대를 기약하는 시기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역사 속 무술년=우리 역사에서 무술년에는 커다란 사건이 적지 않았다. 올해는 조선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1397∼1450)의 즉위 600주년을 맞는 해이다. 즉 세종은 무술년(1418)에 왕위에 올랐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글학회, 외솔회 등 50여 개 학회와 시민단체가 결성한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 국민위원회’는 오는 9월 풍성한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존경받는 위인으로 꼽히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정유 양대 왜란을 끝장낸 노량해전(露梁海戰)은 무술년(1598) 11월 19일에 벌어졌다. 이순신 장군이 이끈 조선 수군은 정유재란으로 다시 침략한 왜구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사망 소식을 듣고 철군을 시도하자 끝까지 추격, 노량 앞바다에서 최후의 일격을 가해 섬멸했다. 이 해전으로 7년간 계속된 왜란은 끝이 났으나 이순신 장군도 이때 적의 유탄에 맞아 전사했다. 세계 해전사에 남는 대승의 기쁨과 함께 장군을 잃은 슬픈 한 해로 기록됐다. 장군의 죽음은 선조실록(선조 31년 11월 24일) 기사에 고작 “정원이 이순신의 후임을 정하는 문제에 대해 아뢰다”라고 적고 있다.

고구려를 잇는 ‘해동성국(海東盛國)’ 발해는 고구려가 멸망한 지 30년이 지난 뒤인 무술년(698년)에 건국됐다. 그해에 고구려 장수 출신인 대조영이 만주 동부 동모산 일대에 발해를 세웠다. 고구려 문화를 계승하고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했으며 동북쪽으로 영역을 넓혀 고구려의 영토를 거의 다 회복하는 등 9세기 무렵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 밖의 개띠해에도 1910년 일제의 강압으로 인한 한일병합조약 체결,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1994년 성수대교 붕괴·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충주호 유람선 화재 등 대형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설화 속 개 이야기= 개와 관련된 설화는 이른바 의견설화(義犬說話) 혹은 충견설화(忠犬說話)가 많다. 인류사에서 개가 인간과 가장 가깝게 지낸 동물이다 보니 위기에 빠진 주인을 구한다든지, 주인의 마음을 알아 충성한다든지 하는 내용이 주류다. 여기에는 ‘개만도 못한…’이라는 말이 있듯, 인간 세상의 비도덕적 행태를 빗대 훈계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구비문학을 연구해온 국문학자 최래옥 한양대 명예교수는 “충(忠)과 의(義)라는 윤리적인 가치의 덕목이 결합한 동물은 개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다른 나라에도 의견설화가 있지만, 우리나라가 내용이 풍부한 편”이라고 말한다.

고려 시대 최자가 쓴 보한집(補閑集)에 등장하는 ‘오수의견(獒樹義犬)’ 설화가 대표적이다. 술에 취해 들판에 잠든 주인 곁에 불이 나자 개가 몸에 개울물을 적셔 불을 끄고 숨졌다는 이야기다. 전북 임실군 오수리에 전하는 설화로 ‘오수의견비(碑)’가 세워져 있다. 최 명예교수에 따르면, 개가 불을 꺼서 주인을 구한 ‘진화구주형(鎭火救主型)’ 설화는 전국적으로 40개가 넘는다. 그는 맹수가 주인을 해하려 하자 개가 막았다는 ‘투호(鬪虎)구주형’ 등 14개 유형의 의견설화를 분류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 전래하는 개 이야기가 얼마나 다양한지 보여준다.

옛사람들은 개에게 오륜(五倫)이 있다고도 했다. 주인에게 대들지 않고(義·의), 큰놈을 알아 모시고(序·서), 아비 색깔을 닮으며(親·친), 때가 돼야 짝을 찾으며(別·별), 한 마리가 짖으면 동네 개가 따라 짖는다(信·신)는 것이 그것이다. 반려견 1000만 시대를 맞아 ‘개 팔자’도 많이 좋아졌지만, 사람에게 천대받고, 변변찮은 음식이나 받아먹다가 식용으로 쓰이던 옛적에도 개는 인간에게 끝없이 봉사하고 헌신하는 소중한 친구였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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