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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His Story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14일(水)
“코인 많이 사놨다는 건 오해… 저, 원래 주식투자도 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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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6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문화일보에서 만난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이사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김진화 한국블록체인協 이사

블록체인은 IoT 운영적 인프라
중앙서버 역할 대신하는 기술

거래소 규정 만들어 불안 해소
협회가 규제 공백지대 메울 것

‘개방형 블록체인’ 억제하는 건
구글·네이버 없는 인터넷 같아

국내 첫 가상화폐 거래소 창업
‘젊은 조희팔’이라 비난 받기도


기자들은 출입처를 자주 바꾼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평균 2년 정도 한 출입처에 머문다. 한 출입처에 오래 머물면 루틴해져 ‘기사가 안 보이는’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자가 정보기술(IT) 분야를 담당한 지는 5년쯤 됐다. 누군가 ‘지루하지 않으냐’고 물을 때마다 기자는 ‘이 동네는 매번 새로운 게 나와서 오히려 정신이 없다’고 답한다. 몇 년 사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5세대(G) 네트워크’ 등이 신문 헤드라인에서 명멸했다. 최근 화두는 ‘블록체인’이다.

지난 1월 26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 인터뷰실에서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이사를 만났다. 국내 블록체인 전도사로서 각종 토론회 참석과 언론사 인터뷰 요청, 그리고 마침 이날 오전 한국블록체인협회 출범식까지 마친 그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 기자가 “요즘 많이 바쁘시겠다”고 인사를 건네자, 김 이사는 “그래도 오늘 블록체인협회 출범식이 끝나서 시간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IoT는 기기들이 서로 통신(P2P)하는 겁니다. 인터넷 혁명 20년에 최근 모바일 혁명까지도 인간들끼리 교신을 했지만 여기에 기계가 들어오면 기하급수적으로 소통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 경우 중앙에서 하나하나 이게 올바른 신호인지 인증할 수가 없습니다. 대단히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여기서 블록체인은 ‘IoT의 운영적 인프라’ 역할을 하게 됩니다.”

블록체인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피곤한 모습 뒤에 있던 열정적 블록체인 전도사가 금세 얼굴을 내밀었다. 기자가 아리송한 표정을 짓자 그가 말을 이었다.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게요. 사실 인증문제가 가장 큽니다. 테러범이 (중앙 서버를 해킹해서) 자율주행차 10대만 탈취해도 아수라장이 될 겁니다. 여기서 블록체인이 IoT의 운영적 인프라 역할을 하게 되면 분산된 장부들이 신호를 인증하게 됩니다. 51% 이상 장부를 바꾸지 못하면 테러범이 보낸 신호가 받아들여지지 않지요.”

블록체인은 중앙 서버가 아니라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장부를 자신의 컴퓨터에 보관하게 된다.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전기 공급자와 생산자에게 전기 사용자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전기공급을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 그리드 역시 블록체인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기계 간 통신’과 ‘신뢰’가 요구되는 모든 분야에 쓰일 수 있다는 의미다.

“스마트 그리드를 이용하면 옆집 옥상에 있는 태양광 발전기에서 우리 집으로 전기를 끌어올 수도 있습니다. 이때 기기들끼리 통신하고 경매도 하는데, 이걸 중앙서버에서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블록체인이 이런 시스템의 운영적 인프라, 운영체제(OS) 등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끄덕끄덕.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이라 불리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이 가상화폐와 연결되는 지점은 어딜까. 가상화폐는 자신의 컴퓨팅 파워와 전기료를 지불해 장부를 분산 보관하는 데 대한 반대급부로 주어진다. 이는 김 이사가 가상화폐가 아니라 암호화폐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기도 하다. 가상화폐는 게임머니 등 디지털을 이용해 기존 화폐를 보완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발행자나 중재자가 중앙 서버 형태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암호화폐는 이 같은 중앙 서버 역할을 블록체인이 대신하게 된다.

얘기의 방향을 이날 출범한 블록체인협회 쪽으로 돌렸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술 기업 등 66개 회원사를 바탕으로 이날 출범한 블록체인협회는 향후 자율규제 등에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김 이사는 “블록체인협회는 규제 공백 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할 예정”이라며 “아무래도 블록체인이 신기술이다 보니 제대로 된 정식 규제가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율적인 거래소 운영규정을 만들어서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줄이는 데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군가는 거래소 감독을 해야 하는데 금융감독원이 법적인 근거가 없어 못 들여다보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거래소들이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가상화폐 자산을 잘 보관하고 있는지를 살펴 이용자들의 우려를 덜어낼 예정입니다. 또 주식시장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데이터가 쏟아지는데 여기(가상화폐 시장)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떠도는 경우도 많지요. 이용자들의 묻지 마 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일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김 이사는 최근 정부가 가상화폐 계좌 실명제 등을 빌미로 시중 은행들에 과중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하다고 평가했다.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1월 30일 시행된 이후 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에 불과하다. 이는 금융당국이 자금세탁방지 규정에 대한 부담을 은행에 주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라는 얘기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장부를 나눠 가진 사람들에게 주는 인센티브다. 그 때문에 이를 현금화할 수 있는 거래소의 존재는 필요하다. 거래소가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블록체인 자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다시 기술적인 얘기가 나온다. 김 이사는 “블록체인은 미리 정해진 참여자들이 있는 폐쇄형(프라이빗)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퍼블릭) 체계로 나뉜다”고 말했다.

전자는 미리 정해진 계약에 따라 참가하기 때문에 인센티브인 가상화폐도 필요 없다. 반면 후자는 반드시 인센티브인 가상화폐가 필요하다. 인센티브 없이는 누구도 전기료 등을 들여 자신의 컴퓨터에 장부를 저장하고 인증을 제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분리 여부 논쟁의 핵심 쟁점이기도 하다. 현재 정부는 가상화폐 투기를 우려, 두 체제를 분리해 프라이빗은 장려하고 퍼블릭은 억제한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암호화폐가 나쁜 거니까 프라이빗만 하면 된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근데 이건 인터넷 시대에 비유하면 구글이나 네이버는 만들지 말고 인트라넷 같은 회사 내부 시스템만 만들자는 얘기랑 다를 바가 없어요. 퍼블릭이 절반이라고만 해도 반을 포기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100%를 다 준비해도 (블록체인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에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우려하시는 거고요.”

사실 김 이사는 인터뷰 전주에 모 방송사가 진행한 가상화폐 관련 토론회에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해 토론을 벌인 바 있다. 당시 김 이사와 유 전 장관 간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갈렸던 부분도 여기다. 토론회 얘기를 꺼내자 김 이사는 잠시 헛웃음을 지었다. 특히 그는 SNS상에서 많은 오해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제가 코인에 투자를 많이 해놔서 저런 주장을 한다는 둥, 지금도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둥, 또 정치적인 얘기들까지 소설들이 쓰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젊은 조희팔(폰지 사기 용의자)’이라고도 하더군요. 지금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지도 않고 코인에 많은 돈을 투자해 놓은 것도 아닙니다. 저는 원래 주식투자도 안 하던 사람입니다.”

김 이사는 2013년 국내 최초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공동창업했다. 코빗은 지난해 10월 게임업체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에 인수됐다. 그는 “가장 쉬운 게 메시지보다 메신저에 대한 공격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사농공상(士農工商)에 대한 편견이 많은 거 같다. 아무래도 ‘업자’가 얘기를 하니 곱게 보이지 않는 거 같다”고 씁쓸히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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