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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14일(水)
‘첨세병’ 설 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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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명절날, 나는 엄매와 아배 따라,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 그득히들 모여서 방 안에서는 새 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 내음새도 나고, 두부와 콩나물과 볶은 잔디(짠지)와 고사리와 도야지 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1995년 83세로 숨진 평북 정주 출신의 시인 백석이 산문시 ‘여우난골족’에서 소개한 설날 풍경이다. 오늘의 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떡국 얘기가 없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이북에서는 떡국보다는 만둣국이 일반적인 설음식이나, 개성 지역에서는 조랭이떡국이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떡국을 먹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육당 최남선은 매우 오래된 풍속으로, 상고시대의 신년 축제 때 먹던 음복(飮福) 문화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했다. 한자로는 떡국을, 국물과 떡이 뽀얗다고 해서 백탕(白湯), 떡을 넣어 끓였다고 해서 병탕(餠湯)이라 했다. 길게 늘어진 떡가래처럼 무병장수하고, 엽전 닮은 떡처럼 재화 풍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음식이 떡국이다. 그래서 떡국은 설날 세찬(歲饌) 외에 결혼식 잔치 음식이기도 했다. 특히,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설에 먹는 떡국을 첨세병(添歲餠)이라 했다. 또, 조선 시대에는 병갱(餠羹)이라고도 했다. 우리말 떡과 국을 의미하는 한자로 표기했는지, 뜻이 너무 똑같다. 오늘에는 한자어는 사라지고 우리말 ‘떡국’만 살아남았다.

떡국의 주재료인 떡가래 또는 가래떡은 독립 표제어로 사전에 올라 있다. 가는 원통형으로 길게 뽑아 일정한 길이로 자른 흰떡이 가래떡이다. 하지만 언론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떡국떡’이란 말은 사전에 없다. 떡국을 끓이기 위해 얇게 어슷썰기 한 가래떡의 조각은 ‘떡국점(點)’이라고 한다. 그러나 떡국점이란 말은 일상에서 아무도 쓰지 않는 죽은 말이다. 그 대신 떡국이 낳은 ‘꿩 대신 닭’이란 속담은 여전히 널리 쓰인다. 예전에 떡국을 만들 때 꿩고기를 넣고 맑은장국을 끓였는데, 꿩이 귀하니 흔한 닭으로 대신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해마다 먹는 떡국이지만 그 의미는 저마다 다를 수 있다. 한 살 더한 나이의 무게 때문인지 모른다. 타관의 정갈한 식당에서도 맛난 떡국은 먹을 수 있다. 그렇지만 고향 집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엄마 손 떡국 맛이야 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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