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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14일(水)
포퓰리즘 경계 ‘건보法 3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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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사회부장

7년간 계속돼온 건강보험재정의 당기수지 흑자행진이 멈추고 올해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건강보험공단의 자체 분석이다. 1조2000억 원가량이 올해 적자 예상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적자 전환 시기로 예측한 2019년보다 1년 앞당겨졌다. 이런 추세라면 누적적립금 고갈 시기도 2026년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건보재정 적자 전환은 이미 예고돼왔다. 비급여 진료를 단계적으로 급여화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문재인 케어’는 이를 가속화하는 촉매제다. 문재인 케어가 완료되는 2022년 이후 전체 누적적립금은 11조 원가량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2017년 기준 누적적립금 20조7733억 원은 이즈음 반 토막이 된다. 게다가 2026년은 건강보험의 혜택이 절실한 노인 인구가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의료 이용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수입보다 훨씬 많은 지출이 불가피하다.

건보재정 고갈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법에 따라 재정지출의 50%는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38조(준비금)에는 ‘공단은 회계연도마다 결산상의 잉여금 중에서 그 연도의 보험급여에 든 비용의 100분의 5 이상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연도에 든 비용의 100분의 50에 이를 때까지 준비금으로 적립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감염병 등 국가위기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반년 치는 저축하라는 의미다. 재정 상황이나 비용 효과성을 따지지 않는 포퓰리즘 식의 보장성 확대가 자칫 국가적인 낭패를 초래할 수 있다는 예방적 경고 조항이다. 누적적립금 흑자 유지를 위해 필요한 건강보험료율은 2022년 7.33%, 2027년 8.48% 정도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 고위층으로부터는 보다 양질의 의료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돈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중 부담·중 혜택’ 논리가 전보다 자주 들린다. 재정고갈 회피를 명목으로 한 ‘건보료 폭탄’ 가능성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커지는 배경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먼저 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 부담을 국민이나 다음 정부에 떠넘기려 한다면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어느 순간 3∼4%대에서 7∼8%대로 훌쩍 뛰어오른 건보료에 누가 흔쾌히 찬성하겠는가. 국민이 떠안을 수치를 계산하는 일보다 중요한 급선무는 접근 방법의 근본적 전환과 다양한 정책 개선이다. 보장성 강화를 점진적으로 하더라도 제도적 요인, 인구학적 요인을 모두 따져 시기별로 치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의사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신(新)포괄수가제의 민간 의료기관 확대만으로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에도, 정부는 이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과학적 분석을 통한 지불제도 개편, 급여화 확대에 따른 의료손실 보전 대책에 대해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해법과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거시적으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을 총액으로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누적적립금 운용 수익 제고, 사무장 병원 등 불법 지출 엄단 및 환수,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의 누수 지점 차단 등 보완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 건강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국민의 희생만 강요한다면 이율배반이다.

jup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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