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뇌물공여’ 삼성 이학수 검찰 출석

수십억 소송비용 대납 혐의…검찰, ‘MB 관여’ 추궁

이명박 정부 때 삼성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에 거액의 소송비용을 대납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삼성이 아무런 연관이 없는 다스에 수십억 원 가량의 미국 소송비용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란 의혹을 뒷받침하는 밝힐 유력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이날 오전 이 전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삼성전자가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대납하는 데 개입한 경위와 그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이 관여했거나 지원 요구가 있었는지 등을 추궁했다. 이날 오전 9시 47분쯤 검찰청사에 출석한 이 전 부회장은 혐의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에서 사실대로 성실하게 조사받겠다”라고만 답했다.

다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BBK 투자자문 전 대표 김경준씨를 상대로 BBK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미국에서 수차례 진행했으나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이후 다스는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9년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으로 둔 미국 대형 로펌 ‘에이킨검프’(Akin Gump)를 새로 선임했고, 2년 만인 2011년 김씨로부터 140억 원을 돌려받았다. 검찰은 다스가 140억 원을 회수할 때 이명박 정부 청와대 및 외교 당국 등이 동원됐는지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십억 원으로 추정되는 에이킨검프 선임 비용을 삼성전자가 부담한 사실을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이번 수사가) 뇌물 수사라는 점을 명확히 말씀드린다, 공무원이 개입이 안 돼 있으면 뇌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스 소송비용 대납에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가 관여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검찰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이 전 부회장이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단서를 포착하고 지난 8일부터 수일간 삼성전자 서초·우면·수원 사옥과 이 전 부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