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창식(가운데) 서울 중구청장이 황학동 중앙시장에 자리 잡은 청년상인을 격려하고 있다. 중구청 제공
- 중구, ‘일자리 창출· 도심 공동화 해소’두토끼 잡기
저렴한 임차료·창업비용 제공
상품마케팅· 홍보기법 등 지원
젊음·아이디어 몰리며 새바람
기존 상인들 노하우 알려주고
청년들은 개성담은 콘텐츠 공유
새단장한 상가에 손님들 북새통
“월 8만 원도 안 되는 임차료로 시내 중심부에 작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지금도 신기하고 감사해요. 게다가 주변에 공구거리나 조명거리, 타일·도기거리, 조각금형거리 등이 몰려 있어 원하는 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아요.”(을지로에서 도자기 공방 ‘퍼블릭쇼(Public Show)’를 운영하는 청년 상인 장준기·김소정 씨)
“최근까지 세무사 시험을 준비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감춰둔 끼를 저버리기 힘들었어요. 마침 중구의 청년창업지원 공고를 보고 세무사 준비가 아닌 창업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어요. 근처에서 각종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만큼 이곳에서 오랫동안 ‘숨끼’를 운영하고 싶어요.”(세운 대림상가 ‘숨끼(숨은 끼 찾기)’ 대표 권용운 씨)
600년 역사문화도시인 서울 중구는 금융, 경제, 언론, 관광 등 중추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대한민국의 심장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구도심인 중구는 1980년대 강남 개발이 본격 시작된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도심 서비스업체가 새 도심으로 대거 빠져나가고 주요 상업시설도 잇따라 중구를 뜨면서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구도심의 고질적 문제인 도심 공동화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고민 끝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냈다. 중구가 청년들의 꿈을 실현해주는 기회의 땅이 되기를 바라며 곳곳에 방치돼 있는 빈 점포를 취·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 활용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중구는 도심 곳곳의 빈 점포를 임차하고 창업을 꿈꾸는 청년을 대상으로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 공모 신청을 받았다. 공모에 선정된 청년에게는 초기 정착을 위한 임차료와 창업비용을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창업 컨설팅, 상품마케팅, 홍보기법 등 입점과 점포운영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지원했다. 청년창업 지원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과 ‘도심 침체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했던 최 구청장의 전략은 빛을 발했다. 청년 상인들이 빈 점포에 하나둘씩 둥지를 틀면서 도심에 새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 이들은 저마다 갖고 있는 젊은 감각을 발휘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아이템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중구 황학동 중앙시장에 내놓은 대만식 풀빵, 크림새우볼, 컵 스테이크, 세운 대림상가에 연 경양식 등 먹거리부터 구매자가 직접 조립하는 제품인 DIY키트 등 취미상품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점차 고령화하는 전통시장에 젊은 청년들이 기존 상인과 한데 어우러질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이 역시 기우에 불과했다. 기존 노·장년 상인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쌓은 노하우를 청년 상인에게 전수해주고, 청년들은 그들만의 개성 넘치는 콘텐츠를 기존 상인과 공유하는 훈훈한 광경이 펼쳐졌다. 주변 분위기 역시 몰라보게 달라졌다. 낡은 건물 내 세련된 디자인으로 새로 단장한 가게 간판이 많은 이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세운상가 3층에 있는 보행덱(deck)을 따라 대림상가로 넘어오면 평일에도 경양식 그린다방, 런던케이크, 호랑이커피 등 점포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젊은 직장인들이 붐빈다.
구는 2014년 ‘을지로 디자인/예술프로젝트’를 통해 청년예술가 8개 팀을 유치한 것을 시작으로 남대문시장, 중앙시장, 인현시장, 세운 대림상가 등지까지 청년상인 40여 개 팀이 터를 잡고 활동하도록 지원했다. 황학동 중앙시장의 경우 노점실명제를 통해 중앙통로에 난입했던 노점을 정비하면서 청년상인 5팀이 장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청년상인 지원책이 창업 초기에만 집중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내 주요 전통시장을 돌며 청년상인과 간담회도 개최하고 있다. 또 퇴계로 지하 충무지하보도에 이달 완공을 목표로 청년창업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최 구청장은 “구의 작은 지원을 발판삼아 창업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는 청년들이 고맙고 대견스럽다”며 “올해는 청년들이 창업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도심 내 유휴공간을 적극 발굴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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