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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학용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19일(月)
재난수준 청년失業, 재난수준 惡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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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논설위원

‘가족 행복’ 강조한 文대통령
평창 南北선수 앞세워 설 덕담
국민의 취업 寒波와는 온도差

여건 악화하고 쇼윈도族 속출
6·13선거 한 달 전에 취임 1년
‘反고용’ 그대로면 靑年이 심판


설 연휴 내내 문재인 대통령의 설날 인사가 마음에 걸렸다. 문 대통령은 “이번 설날은 평창올림픽과 함께해 더욱 특별하다”며 “남북 선수들은 정겨운 우리말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너무나 오래 기다려온 민족 명절 모습”이라고 말했다. “국민 여러분은 지금도 가족과 둘러앉아 올림픽 이야기꽃을 피우고 계실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가족이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덕담이 국민 각각에 어떻게 와 닿을까. 적어도 설 연휴 기자가 접한 집안들 분위기는 대통령의 염원과 그 온도 차가 컸다. 북한의 ‘체제 선전(宣傳)’ 논란에도 선전(善戰)하는 대한민국 선수들에겐 박수를 보낼지언정 행복·평화를 노래할 처지는 아니었다. 개중 오랜만에 만난 조카가 지금도 눈에 밟힌다. 취업 3수생인 그 조카는 올해 ‘공시족’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그와 올림픽 방송을 보는 동안 요 며칠 새 평창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장면이 머리를 스치며 여러 물음이 꼬리를 물었다.

‘평창의 벼락스타’ 30대 초반의 평양 오누이는 우리 젊은이에게 ‘통일 동반자’로 비칠까, 부모 잘 만난 독재국가의 ‘핵(核)수저’일 뿐일까. 방한 중 강연에서 우리 청년에게 기성세대로서 반성한다고 ‘고해’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나, 청년의 힘을 예찬한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과는 달리 ‘자나 깨나 남북대화·평창’인 문 대통령을 보는 청년들 심정은 어떨까. 문 대통령이 직접 전화로 응원 메시지를 보낸 국민 11명에서 빠진 청년실업자는 ‘일자리가 업무 1호’라는 문 정부의 진정성에 공감할까.

문 대통령의 레토릭을 빌리면 가족의 미래인 청년이 행복해야 국가도 행복하다. 한데, 많은 대한민국 젊은이는 불행하다. 5명 중 1명꼴로 실직 상태다. 3명 중 1명이 놀고 있다는 ‘극단적’ 분석도 있다. 취업준비생 5명 중 2명은 주변 시선 때문에 취업 시늉만 하는 ‘쇼윈도족’이다. 노인취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청년취업자를 앞질렀다고 한다. 청년 우울증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4.7%)이 전체평균의 3배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문제는 청년실업이 더 악화하리라는 정황이 차고 넘친다는 점이다. 평창 이후 앞이 캄캄해질 안보는 논외로 하자. 대외 경제여건은 이미 살얼음판이다. 미국의 보호주의는 한국 자동차·철강업계의 목줄을 바짝 죄고 있다. 미국발 긴축발작 신호음은 벌써 글로벌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한다. 3월 미 금리 인상 방아쇠가 당겨지는 순간 한국 경제는 비상국면이다. ‘금리 인상, 환율시장 요동, 외국자본 이탈, 기업실적 악화, 가계부채 파열’ 등이 예견되는 수순이다. 북핵 변수까지 터지면 경제 대위기는 코앞의 현실이다.

대내 사정은 더 갑갑하다. 비책을 내놔도 모자랄 판에 ‘재난 수준’의 악책(惡策)만 쏟아낸다. 정통 진보학자마저 일자리를 갉아먹는 최저임금 과속의 이론적 뿌리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본말전도’라고 일침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도 이런저런 구실을 대며 자기방어에 급급하다. ‘양질의 일자리는 민간기업에서 나온다’는 상식적 사실마저 외면한다. ‘친노조·반기업’ 융단폭격 피해에 지쳐 복지동면(伏地冬眠) 중인 기업은 ‘백면서생’들이 또 무슨 무모한 정책실험을 할까 잔뜩 겁에 질린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청년실업이 ‘재난 수준’이라며 내각에 특단책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 행보를 보면 또 기대난망이다. 대통령 질타가 나온 지 5일 만에 고정 메뉴를 내놓거나 기획재정부 안에 상투적인 대책본부나 만들고 있으니 그렇다는 말이다. 최고 일자리정책인 기업 기 살리기와 규제개혁·노동개혁은 등한시한 채 ‘곁가지’인 혁신창업에 올인할 태세다. 문 정부가 당장 취해야 할 건 ‘특별’ 대책이 아니라 거꾸로 정책을 되돌려놓기만 하면 되는 ‘일반’ 대책이다.

문 대통령은 6·13 지방선거 한 달 전쯤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이때까지도 반(反)고용을 고집해 시원찮은 고용성적표를 받는다면 개인주의적이고 경제적 이해관계에 민감한 청년층은 성난 한 표로 실정을 응징할 게 자명하다. “노무현 대통령 때 기업 하기 좋았다”는 기업인이 많아 그의 취임 1년 인터뷰를 찾아봤다. 이런 답이 눈에 띄었다. “정책과 국민 인식이 합치하지 않을 때 정책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인식 차가 좁혀질수록 정책 효과는 높아진다”. 기업인이 왜 차라리 그때를 그리워하는지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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