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방위 통상압박>한국산 TV, 美·中서 ‘겹시름’

트럼프, 최근 보복관세 시사
‘NAFTA 개정’염두에 둔 듯
中시장 점유율은 5% 밑돌아

한국 TV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에서 열린 무역회의에서 “미국은 더는 TV 세트를 만들지 않고 대부분이 한국에서 오는데 이는 덤핑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보복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관련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을 염두에 두고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TV 업계 전문가는 “미국에서 유통되는 TV는 대부분 외국산이므로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할 근거가 없어 세탁기·철강 등처럼 ‘세이프가드’를 직접 적용하진 못할 것”이라며 “대신 NAFTA의 TV 무관세 적용 규정을 백지화할 때는 멕시코에 북미 수출용 제품의 생산 기지를 둬온 세계 주요 TV 제조사가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삼성·LG전자의 북미 시장점유율은 50%에 육박하며, 북미 수출용은 멕시코에서 대부분을 생산한다. NAFTA 개정 결과에 따라 삼성·LG전자가 무관세로 북미 시장에 수출해 온 멕시코산 TV 제품에 최대 35%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중국발 역풍은 더 거세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우 하이센스·TCL 등 현지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이미 90% 안팎을 넘어섰고, 한국 TV는 5%를 밑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TV 시장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수량 기준)은 24.8%, 북아메리카는 19.4%로 각각 1·2위를 기록했다.

TV 핵심 부품인 대형 LCD 패널 시장의 경우에는 주도권이 올해 중국에 완전히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출하량 기준으로 세계 1위에 오른 중국 BOE는 올 1분기 중 10.5세대 공장을 새로 가동하며 TV로 무게중심을 옮길 태세지만, 8세대 공장 가동에 멈춘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레드오션으로 변한 LCD 생산라인을 되레 줄이고 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