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생존수영’…年 6시간 강습에 정작 ‘생존과는 무관’

‘세월호’뒤 의무화했지만
대부분 시간 泳法 가르쳐
일반 수영장과 다를바없어
선진국 1.6㎞ 渡江과 대비
“실제 사고 나면 대응 걱정”

정부가 2014년 4·16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도입했던 ‘생존수영’ 강습을 초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무늬만 생존수영 강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 수영 강좌와 차이가 없이 운영되거나 엉뚱한 내용을 가르치고, 강습 시간이 짧은 데다 강사 수조차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생존수영 강습은 일반적인 수영 영법 교육과 달리 해난사고 발생 시 스스로 목숨을 지킬 수 있는 실전 수영을 가르쳐야 하지만 이 같은 취지가 무색하다는 평가다.

현장의 생존수영 교육 프로그램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높다. 생존수영 강습은 전문 강사를 초빙해 ‘물과 친해지기’ ‘뜨기’ ‘호흡하기’ ‘체온 유지하기’ ‘구명조끼 착용법’ 등을 가르치게 돼 있는데 1회 강습에 2시간씩 연간 3차례, 즉 1년에 달랑 6시간 교육이 전부다. 이에 전문 강사조차 생존수영 교육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실정이다.

한 강사는 19일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아이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알려줘야 하는데, 사실 강사들도 뭘 가르쳐야 할지 전혀 모르고 있다”며 “이 때문에 교육 시간 대부분 자유영, 배영 등 일반적인 영법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육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한 반이 30명 정도로 구성돼 강사당 학생 수가 너무 많다”며 “생존수영 강습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수영장 다니는 것과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가르치면서 이름만 생존수영이라고 부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영복, 수영모, 물안경 등을 착용하고 교육을 받는데, 사고 발생 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해외 선진국들은 실제 사고 상황을 가정해 옷을 입은 채로 수영하는 법을 가르치는 등 엄격히 교육하고 있다.

생존수영은 대부분 독립 교과로 편성돼 있다. 영국 이튼스쿨은 졸업 때까지 1.6㎞ 거리를 헤엄쳐 건널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수영 교육을 시행한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30분∼1시간 이상 물에 떠 있을 수 있게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킨다. 일본은 중학교까지 수영이 의무과목이며, 실제 사고 발생을 대비해 평상복을 입고 훈련하는 이른바 ‘착의(着衣)’ 수영도 함께 가르친다. 일본은 1955년 세토(瀨戶) 내해에서 일어난 시운마루(紫雲丸)호 사고로 수학여행 중이던 초·중학생 100명 등 168명이 숨진 뒤 수영 교육을 의무화했다.

정부는 2014년 하반기 초등학교 3∼4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생존수영 교육을 도입했고, 지난해 3∼5학년으로 대상을 넓힌 데 이어 2020년까지는 초등학교 전체 학년으로 확대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