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스스로 희망임금 낮추는 大卒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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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정보원 ‘2016 통계연보’

기업들 월평균 220만원 제시
구직자 희망임금은 212만원
“일단 취직부터 하자” 팽배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한 최모(27) 씨는 지난해 졸업 후 1년 넘게 취업 준비 중이다. 최 씨는 처음 취업 준비에 나설 당시만 해도 취업에 유리한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한 데다, 학점과 소위 ‘스펙’도 나쁘지 않아 어렵지 않게 취업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현실은 달랐다. 최 씨 생각과는 달리 서류 전형 통과도 쉽지 않았고, 어렵게 면접 전형에 올라가도 떨어지기 일쑤였다. 자신감을 상실한 최 씨는 고민 끝에 이력서 희망 연봉란에 기재하는 희망 액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구직자 희망 임금과 구인 기업의 제시 임금이 역전되는 등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대졸자 스스로 ‘몸값’을 낮추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고용정보원의 ‘2016 워크넷(고용노동부 고용정보시스템)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대졸자 희망 월 평균임금은 212만9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업이 제시한 월 평균임금 220만2000원보다 7만3000원 낮은 액수다.

기업이 제시한 임금보다 줄곧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던 대졸자 희망 임금은 지난 2012년 처음 역전된 후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2011년 기업의 제시 임금보다 1만8000원 높았던 대졸자 희망 임금은 2012년 -2만1000원으로 역전된 후 2013년 -4만3000원, 2014년 -6만6000원, 2015년 -8만 원으로 격차를 계속 벌렸다. 2016년에도 2015년보다 차이가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런 현상은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생각이 팽배해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중소기업학회가 최근 전국 주요 14개 대학 3~4학년생 466명을 대상으로 벌인 취업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금융·대기업(34.8%)과 공무원·공공기관(34.5%)을 선택한 응답자들이 가장 많았다. 중소기업을 선호한다는 응답률은 2.1%로 벤처기업(2.4%)이나 창업(5.4%)보다도 낮았다. 반면, 쉽게 취업할 수 있는 곳으로 중소기업을 지목한 학생들이 36.7%로 가장 높았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희망 연봉을 낮춰서라도 상대적으로 취업이 쉬운 중소기업에라도 일단 들어가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 사립대에서 국문학과를 전공하고 몇 년간 공무원 준비를 하다가 뒤늦게 취업 전선에 뛰어든 김형택(35·가명) 씨는 “직장의 수준에 대한 욕심을 버린 지는 오래됐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연봉에 상관없이 일단 취직을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