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 모두에 ‘코피’ 터지는 文정부 안보·경제外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보면 한국에 대한 ‘표적 제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초강력 세이프가드를 발동했고, 반도체 특허 침해 조사를 진행 중인 데 더해, 한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철강 관세 장벽 계획까지 추가했다. 설날이던 지난 16일 미 상무부는 한국을 포함한 12개 국가의 철강 수입에 대해 53%의 초고율 관세 부과 방안을 발표했다. 더 큰 문제는 대상국 명단에 캐나다·일본 등 우방은 빠진 반면 한국은 중국·러시아 등과 함께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호혜세 방침을 공개하면서 “이른바 동맹국도 무역에 대해선 동맹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콕 찍어 “6·25전쟁 이후에 도왔다”고 적시하고, “그런 나라들이 되갚아야 할 때”라고도 했다.

미국과의 ‘안보·경제 동맹’이 가장 중요한 대한민국으로서는 이런 기류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대북 정책 엇박자와 통상 압력을 보면 ‘코피 전략’이 한국과의 통상 분야에도 적용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제재 예외조치’까지 승인받아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는 것과 달리 미국은 북한 봉쇄를 강화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미국 대표단장으로 방한하고 돌아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17일에도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끝낼 때까지 독재정권에 대한 최대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제재 조치 완전 이행을 회피하는 나라들은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결같이 문 정부를 겨냥하는 듯하고, 최근의 대한(對韓) 통상 압박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게 합리적 판단일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핵 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거나, 중국 측으로부터 환영받는 것도 아니다. 문 정부는 ‘3불(不)’로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일단락됐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사드 보복을 완전히 해제하지 않고 있다. 중국 측은 머지않아 발표될 사드 부지 환경평가 결과도 주목하고 있다.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임에도 권력서열 7위인 한정을 개막식에 파견했을 뿐이다. 문 정부는 북핵 폐기를 우회하면서 남북대화와 북·미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발상이 신기루임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더 큰 외교(外交) 참사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