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한국GM ‘血稅 지원’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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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렬 연세대 교수 경영학

한국GM이 오는 5월 말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4년간 3조 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국GM은 최근 가동률이 20%에 불과한 군산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고, 부평 및 창원 공장으로 확대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한국GM의 이런 결정은 우리 정부에 자금 지원을 강요하기 위한 압박용으로, 그리고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GM 협력업체 종사자까지 포함한 30만 명의 고용을 인질로 우리 정부를 옥죄고 있다.

GM과 같은 다국적기업과 현지국 정부 간 해외 직접투자의 동태적 관계는 협상력 모형(Bargaining Power Model)을 통해 설명된다. 해외 직접투자 초기에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현지국은 기술력이 뛰어난 다국적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매력적인 잠재 시장은 물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다국적기업의 기술력은 현지 기업에 이전되고 끝내는 현지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다국적기업의 기술적 수월성은 더는 현지국 발전에 도움을 못 주게 된다. 따라서 다국적기업이 혜택을 계속 받기 위해선 신기술을 현지국에 이전하거나 추가 투자를 통한 고용 창출과 같은 기여를 해야만 한다. 이처럼 해외 직접투자 초기에 높은 협상력을 가졌던 다국적기업은 신기술과 같은 수월성을 계속 발휘하지 못하면 현지국 정부에 더는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며 결국 떠나게 된다.

이런 협상력 모형을 바탕으로 다국적기업인 GM과 우리 정부의 협상력 관계를 분석해 보면 GM은 우리 시장에서 더는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는 처지다. GM의 대한(對韓) 투자 초기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 GM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유치했다. 그러나 GM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의 기술적 수월성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글로벌 경쟁자에 뒤처지면서 더는 협상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또한,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계속 떨어지고 있는 GM의 국제 경쟁력은 포화 상태인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미래가 불투명하다. 더욱이 한국이 더는 낮은 인건비의 생산 공장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듯이 GM 본사 입장에서 한국GM 공장들은 고비용 저효율 생산기지이므로 글로벌 생산 입지 조정 대상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혈세(血稅)인 우리 자금을 한국GM에 투입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밖에 안 되는 만큼 결코 지원해선 안 되는 것이다. 만약 우리 시장이 GM에 정말 중요하다면 GM 스스로가 신기술과 재원을 마련해 한국GM을 회생시킬 것이다. 그러나 GM의 한국에서의 저시장성뿐만 아니라, 고임금으로부터 비롯된 저효율성 면에서도 한국 시장은 GM이 더는 머무를 매력이 없다. 결국, 한국GM은 GM의 글로벌 경영 실패와 한국GM이 만들어낸 고임금 구조 속에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번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은 우리에게 외국 기업도 한국 시장에서 시장성이나 효율성 면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언제든지 철수한다는 교훈을 준다. 마치 중국에 엄청난 투자를 했던 우리 기업들이 최근 앞다퉈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로 떠나듯이. 우리는 이제라도 제2, 제3의 한국GM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에 투자한 다국적기업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영진의 진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물론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종업원 스스로의 개혁도 병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