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고민하고 쓴 추사의 ‘침계’ 보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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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 ‘대팽고회’ ‘차호호공’등
만년의 글씨 3점 추가하기로
추사 유물 15점 국가문화재로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 글씨 3점이 ‘보물’로 추가된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김정희 필 대팽고회(金正喜 筆 大烹高會)’ 등 19세기 대표적 학자이자 서화가였던 추사 김정희의 글씨 3점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20일 밝혔다.

추사 김정희는 18세기 말부터 19세기까지의 세도정치 기간에 문인이자 정치가로 활동했으며 금석문(金石文, 금속이나 돌 위에 새긴 문양이나 글씨)의 서예적 가치를 재평가한 추사체(秋史體)를 창안해 한국 서예사에 큰 자취를 남겼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김정희 필 대팽고회’는 작가가 세상을 뜬 해인 1856년(철종 7년)에 쓴 만년작이며, 예서(隸書, 중국 한나라 때부터 쓴 옛 서체) 대련(對鍊, 두 폭의 축으로 된 회화나 서예작품)이다. 내용은 중국 명나라 문인 오종잠의 ‘중추가연(中秋家宴)’이라는 시에서 왔으며 “푸짐하게 차린 음식은 두부·오이·생강·나물이고, 성대한 연회는 부부·아들딸·손자라네(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라는 글귀를 쓴 것이다. 소박한 필체가 돋보인다.

‘김정희 필 차호호공(金正喜 筆 且呼好共)’은 “잠시 밝은 달을 불러 세 벗을 이루고, 좋아서 매화와 함께 한 산에 사네(且呼明月成三友, 好共梅花住一山)”라는 문장을 예서로 쓴 대련(對聯)이다. ‘촉(蜀)의 예서 필법으로 쓰다(作蜀隸法)’라고 해 중국 촉나라 시대 비석에 새겨진 글씨를 응용했음을 밝혔다.

또 ‘김정희 필 침계(金正喜 筆 심溪·사진)’는 예서로 ‘침계(심溪)’ 두 글자를 쓰고, 왼쪽에는 행서(行書, 약간 흘려 쓴 한자 서체)로 발문(跋文)을 썼다. 침계(심溪)는 김정희와 교유한 윤정현(尹定鉉)의 호다. 윤정현으로부터 부탁을 받은 후 30년간 고민하다 해서(楷書,예서에서 발달한 서체로 일점일획을 정확히 독립시켜 쓴 서체)와 예서를 합한 서체로 써 주었다고 한다.

이번에 추사의 글씨 3점이 보물로 추가되면 모두 15점(국보1·보물7·사적1·시도유형문화재3·시도기념물2·문화재자료1)의 추사관련 유물이 국가문화재가 된다. 국보 제180호인 세한도(歲寒圖)는 개인 소장자가 2011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탁,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