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10.18 목요일
전광판
Hot Click
영화
[문화]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20일(火)
춤이 일깨워준 ‘숨겨진 욕망’… 소녀, 여인이 되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더티 댄싱

잘나가는 의사인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열일곱 살 딸 프랜시스 베이비(제니퍼 그레이)는 좋은 대학에 가서 아버지 같은 의사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유일무이한 꿈이다. 그의 화려한 출신을 고려하면 꿈이라기보다 정해진 운명에 가까워 보이지만 베이비에게 곧 비상사태가 닥친다. 우연히 만난 춤 선생 조니(패트릭 스웨이지)에게 반해 버린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구한말의 민담만큼이나 고전적인 줄거리다. ‘부잣집 여식이 춤 선생에게 넘어가 신세를 망쳤다더라’는 이야기는 ‘사랑과 전쟁’이든 주변의 이야기든 넘치고 치이는 소재 중 하나가 아닌가. 그러나 춤 선생이 지르박이 아닌 더 컨투어스의 ‘두 유 러브 미(Do You Love Me)’에 맞춰 턱시도를 입고, 미끈한 맘보에서부터 재즈댄스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춤을 구사하는 패트릭 스웨이지라면 얘기가 다르다. 지난 1987년 개봉한 영화 ‘더티 댄싱’(감독 에밀 아돌리노·사진)은 유복하지만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한 소녀가 우연히 춤을 배우게 되면서 원하는 인생과 남자를 쟁취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초다. 베이비는 여름 방학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고급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낸다. 부모 세대의 사람들과 낮에는 훌라 춤을 추고, 저녁에는 고리타분한 식당에서 ‘부자놀이’를 하는 것에 염증이 나던 중, 우연히 리조트 스태프의 은밀한 파티에 숨어 들어가게 된다.

앨리스가 토끼 굴을 통해 이상한 나라에 입성하듯, 불이 꺼진 리조트 구석에 박혀 있는 하얀 집의 문을 여는 순간 베이비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선다. 두 명씩 짝을 이룬 수십 쌍의 남녀가 난교하듯 음악에 맞춰 이른바 ‘더티 댄싱’을 추고 있는 것이다. 순진무구한 베이비의 눈에는 마치 소돔과 고모라의 행태를 목도하는 것과 같은 광경이지만, 자기도 모르게 볼이 달아오르며 발은 리듬을 타고, 흥분을 감출 수 없는 무아지경에 이른다. 무대의 가운데에서 춤을 리드하고 있던 댄스 강사 조니는 베이비에게 함께 춤추자고 제안한다.

▲  김효정 영화평론가
낮에 배운 훌라가 평생 춰 본 춤의 전부였던 베이비는 조니의 현란한 허리에 몸을 맡긴다. 좀 전까지 눈앞에 남녀들을 경멸했던 분노 대신, 방금 만난 조니의 심장과 체온에 더 가까이 닿고 싶은 갈구가 베이비를 점령할 때쯤, 조니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그러고는 베이비의 열병이 시작된다. 조니의 손길인지, 춤으로 얻은 오르가슴인지, 베이비는 조니의 말처럼 스텝을 느끼지 않고는 이제 살 수가 없다. 그러던 중 베이비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온다. 수술하는 조니의 댄스 파트너를 대신해 줄 사람이 베이비 뿐인 것이다. 수일간 계속되는 조니의 레슨과 베이비의 각고의 노력으로 둘은 드디어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된다.

이 영화는 ‘그리스’(1978년) ‘페임’(1980년) ‘플래시 댄스’(1983년) ‘풋루즈’(1984년) 등과 함께 1970∼1980년대를 장식한 댄스 영화 장르의 대표작임과 동시에 비슷한 테마의 영화 중 완성도면에서 최고의 작품이기도 하다.

‘더티 댄싱’의 기본 골자는 순진무구한 베이비가 춤에 눈을 뜨고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지만 사실 그가 터득하는 것은 춤 이상이다. 베이비는 조니를 통해 춤과 열정, 그리고 섹스를 배운다. 베이비의 춤 동작이 수려해질수록, 조니를 향한 욕망의 표현도 과감해진다. 연습을 거듭하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는 베이비와 조니의 춤사위는 열정적이고 짜릿한 애무에 가깝다.

오랜 연습 끝에 그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처음이자 마지막 댄스 공연에서 흐르는 명곡, ‘타임 오브 마이 라이프(Time of My Life)’는 소녀에서 여자로 변신한 베이비가 맞는 절정의 순간을 기록한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음악에 맞춰 땀이 맺힌 목을 젖히는 베이비의 매혹적인 모습은 삼십여 년이 흐른 지금도 심장을 뛰게 한다.

영화평론가
[ 많이 본 기사 ]
▶ “中, 숨겨진 부채 6500조원… 침몰 위험”
▶ 기내서 승객 심장마비 사망…좌석에 시신 둔채 식사
▶ “담임 바꿔라…女교사가 아침부터 재수없게 전화” 학부모..
▶ 낸시랭 “남편이 ‘리벤지포르노’ 공개 협박…상상못할 공포..
▶ “中 처형된 죄수 시신 사용 의혹”… ‘인체의 신비전’ 금지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시카고 경찰, 연합뉴스에 “심장문제 확인…형사사건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아”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미국 시카고로 향한 아시아나항공..
mark‘미코’ 출신 양정아, 결혼 5년만에 파경
mark잠자던 의붓딸 수차례 성폭행 ‘인면수심’ 50대
“中, 숨겨진 부채 6500조원… 침몰 위험”
“우병우, ‘몰래변론’으로 10억여원 받아…변호사법..
사립유치원 맞대응 본격화…휴업 등 집단행동 가능..
line
special news 낸시랭 “남편이 ‘리벤지포르노’ 공개 협박…상상..
CBS라디오 인터뷰서 주장…이혼 소송 중인 왕진진은 부인 시각예술가이자 방송인인 낸시랭이 이혼 절..

line
교통공사 폭력 노조원 2명… “민노총 파견 ‘기획입..
“담임 바꿔라…女교사가 아침부터 재수없게 전화”..
최음제·낙태유도제… 불법판매 적발건수 작년보다..
photo_news
“中 처형된 죄수 시신 사용 의혹”… ‘인체의 신..
photo_news
김지수, 술 취한 상태로 인터뷰 물의…소속사..
line
[세종이 펼친 ‘진짜 정치’]
illust
세자가 아니었던 세종, 제왕학 대신 自得之樂 학습으로 리더 ..
[인터넷 유머]
mark헌혈 못하는 이유 mark명언
topnew_title
number 文대통령 참석 교황청 미사 1시간 진행…한..
‘멜라니아를 스트리퍼로 묘사’ 래퍼 T.I 뮤비..
이종석 드라마 中방영 임박…‘한한령’ 종식 ..
최진철 “사무실 출퇴근 아직 어색, 축구행정..
‘따릉이’ 숫자만 늘리다가… 안전사고 해마다..
hot_photo
한복 입고 국감장 나온 김수민 의..
hot_photo
3억짜리 시계
hot_photo
135일만의 판빙빙… 수척, 무표정..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