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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20일(火)
춤이 일깨워준 ‘숨겨진 욕망’… 소녀, 여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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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티 댄싱

잘나가는 의사인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열일곱 살 딸 프랜시스 베이비(제니퍼 그레이)는 좋은 대학에 가서 아버지 같은 의사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유일무이한 꿈이다. 그의 화려한 출신을 고려하면 꿈이라기보다 정해진 운명에 가까워 보이지만 베이비에게 곧 비상사태가 닥친다. 우연히 만난 춤 선생 조니(패트릭 스웨이지)에게 반해 버린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구한말의 민담만큼이나 고전적인 줄거리다. ‘부잣집 여식이 춤 선생에게 넘어가 신세를 망쳤다더라’는 이야기는 ‘사랑과 전쟁’이든 주변의 이야기든 넘치고 치이는 소재 중 하나가 아닌가. 그러나 춤 선생이 지르박이 아닌 더 컨투어스의 ‘두 유 러브 미(Do You Love Me)’에 맞춰 턱시도를 입고, 미끈한 맘보에서부터 재즈댄스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춤을 구사하는 패트릭 스웨이지라면 얘기가 다르다. 지난 1987년 개봉한 영화 ‘더티 댄싱’(감독 에밀 아돌리노·사진)은 유복하지만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한 소녀가 우연히 춤을 배우게 되면서 원하는 인생과 남자를 쟁취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초다. 베이비는 여름 방학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고급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낸다. 부모 세대의 사람들과 낮에는 훌라 춤을 추고, 저녁에는 고리타분한 식당에서 ‘부자놀이’를 하는 것에 염증이 나던 중, 우연히 리조트 스태프의 은밀한 파티에 숨어 들어가게 된다.

앨리스가 토끼 굴을 통해 이상한 나라에 입성하듯, 불이 꺼진 리조트 구석에 박혀 있는 하얀 집의 문을 여는 순간 베이비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선다. 두 명씩 짝을 이룬 수십 쌍의 남녀가 난교하듯 음악에 맞춰 이른바 ‘더티 댄싱’을 추고 있는 것이다. 순진무구한 베이비의 눈에는 마치 소돔과 고모라의 행태를 목도하는 것과 같은 광경이지만, 자기도 모르게 볼이 달아오르며 발은 리듬을 타고, 흥분을 감출 수 없는 무아지경에 이른다. 무대의 가운데에서 춤을 리드하고 있던 댄스 강사 조니는 베이비에게 함께 춤추자고 제안한다.

▲  김효정 영화평론가
낮에 배운 훌라가 평생 춰 본 춤의 전부였던 베이비는 조니의 현란한 허리에 몸을 맡긴다. 좀 전까지 눈앞에 남녀들을 경멸했던 분노 대신, 방금 만난 조니의 심장과 체온에 더 가까이 닿고 싶은 갈구가 베이비를 점령할 때쯤, 조니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그러고는 베이비의 열병이 시작된다. 조니의 손길인지, 춤으로 얻은 오르가슴인지, 베이비는 조니의 말처럼 스텝을 느끼지 않고는 이제 살 수가 없다. 그러던 중 베이비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온다. 수술하는 조니의 댄스 파트너를 대신해 줄 사람이 베이비 뿐인 것이다. 수일간 계속되는 조니의 레슨과 베이비의 각고의 노력으로 둘은 드디어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된다.

이 영화는 ‘그리스’(1978년) ‘페임’(1980년) ‘플래시 댄스’(1983년) ‘풋루즈’(1984년) 등과 함께 1970∼1980년대를 장식한 댄스 영화 장르의 대표작임과 동시에 비슷한 테마의 영화 중 완성도면에서 최고의 작품이기도 하다.

‘더티 댄싱’의 기본 골자는 순진무구한 베이비가 춤에 눈을 뜨고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지만 사실 그가 터득하는 것은 춤 이상이다. 베이비는 조니를 통해 춤과 열정, 그리고 섹스를 배운다. 베이비의 춤 동작이 수려해질수록, 조니를 향한 욕망의 표현도 과감해진다. 연습을 거듭하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는 베이비와 조니의 춤사위는 열정적이고 짜릿한 애무에 가깝다.

오랜 연습 끝에 그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처음이자 마지막 댄스 공연에서 흐르는 명곡, ‘타임 오브 마이 라이프(Time of My Life)’는 소녀에서 여자로 변신한 베이비가 맞는 절정의 순간을 기록한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음악에 맞춰 땀이 맺힌 목을 젖히는 베이비의 매혹적인 모습은 삼십여 년이 흐른 지금도 심장을 뛰게 한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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