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評>온갖 대책에도 청년失業 왜 악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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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규 前 산업연구원 원장

저성장에 사회문화 요인 겹쳐
매년 40萬 신규고용은 불가능
단기 묘책보다 실효성이 중요

5가지 正道 실행하면 해결 가능
투자 격려와 기업가 존경 필요
중소기업 취업자 우대도 시급

한국 경제에서 해결하기 힘든 고질병 중 하나가 청년실업(失業) 문제다. 그간 수많은 대책에도 청년실업은 오히려 증가 추세다. 청년실업 문제는 저성장과 산업 구조 전환이라는 경제적 측면과 세대 변화라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복합돼 있다.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단기 묘책보다 경제·사회 각 부문에서 신세대 청년들이 원하며 실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자리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더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첫째, 한국 경제의 청년 일자리 창출 능력을 최대한 키워야 한다. 청년 고용이 부진한 것은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저성장기로 돌입해 근원적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고용의 흡수 능력이 떨어진 데 있다. 연평균 3% 남짓 성장하는 경제가 매년 40여만 명씩 신규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청년들을 충분히 고용하기는 불가능하다. 민간기업의 투자 증대를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고용 능력을 확충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우선의 청년 고용 대책이다. 미국, 중국과 같은 경제 대국들이 법인세를 내리고 통상 압력을 강화하는 자국 중심의 정책을 마구 구사하는 것도 모두 투자 확대와 일자리 확보를 노린 전략이다.

둘째, 창업정책을 취업 대체를 위한 단순생계형에서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혁신창조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같은 창업 지원 기구들을 주요 대학가로 재배치해 대학의 유능한 인재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도록 유인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을 일으켜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가를 사회적으로 존경하고 우대하는 친기업 문화를 조성하지 않으면 이 역시 헛일이 된다.

셋째, 현재 가용한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활성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가장 큰 효과가 기대되는 것이 중소·중견 기업 분야의 일자리 수급 불일치를 해소하는 일이다. 대기업 이외의 부문은 만성적 구인난에 늘 빠져 있는 까닭이다. 기업 규모 간 과도한 임금 격차와 근로 환경의 미흡이 일차적 원인이다. 이에 더해 신세대의 취업 의식 변화와 무리한 사교육 투자가 일자리 수급 불일치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일자리 수급 불일치 완화를 위해서는 중소·중견 기업 지원 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선심성 취업 지원 정책에서 취업자 우대 정책으로 전환해 취업 탐색 기간을 최소화하고 취업 만족도는 최대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 재원을 근로 여건 개선 기금으로 확보해 초임 인상을 지원하고 교육·복지·주거환경 등 업무 여건 개선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중소·중견 기업 취업자들의 평생소득과 자산 형성 가능성을 키우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비록 초기소득은 낮더라도 평생소득은 대기업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중소·중견 기업에 5년 이상 근무한 장기 근속자들의 임금 인상이나 성과급 지급에 대한 세제 혜택 부여, 우대금리 재형저축 및 투자 상품 개발, 우리사주와 스톡옵션 도입 지원 등을 중소·중견 근로자들의 소득 증가와 자산 형성 가능성을 키우는 방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직장 탐색 기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선(先) 일자리 확보, 후(後) 학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일-학습 병행 정책을 더 강화할 필요도 있다. 해외 일자리 확대도 유용한 청년 고용 대책이나 현장의 실상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는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일단 다른 나라들도 청년실업 문제가 대부분 심각한 상황이고, 취업할 만한 일자리는 대개 우수한 언어 능력과 전문성을 요구한다. 해외 취업의 성과를 보려면 이를 위한 정보 제공과 교육훈련 그리고 취업 후 현지 상황을 관리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해외취업운영기구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 각 지역 내 산학연(産學硏), 그리고 각종 사회단체 등이 합심해 지역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업 투자를 적극 유치해 지역 인재들을 고용토록 하는 것도 실효성 높은 방책이다.

다섯째,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창업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주어진 고용 능력 아래서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활용해야 한다. 이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 아래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분을 없애고 다양한 취업 계약을 허용해 고용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일이다. 고용 능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장시간 근로의 고임금 정규직만 늘리면 그만큼 추가 고용이 어려워짐은 자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