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평창과 ‘다인종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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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전국부장

한국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로 하계올림픽, 월드컵 축구대회,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등 4대 메이저 스포츠 대회를 모두 개최한 다섯 번째 국가가 됐다. 대형 스포츠 행사는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시대적 함의를 가진 역할을 수행한다.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라는 구호로 열린 88 서울올림픽은 한국전쟁은 알아도, 한국을 몰랐던 세계인에게 한강의 기적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일군 한국을 알린 대회였다. 2002년 월드컵 대회는 붉은 옷을 입고 거리 응원에 나선 온 국민에게 ‘꿈은 이루어진다’(Dreams come true)는 감동을 안겨줬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앞선 두 대회보다 관심이 적었지만, 한국에서 개최한 국제 대회 중 가장 많은 212개국이 참가했다.

이번 동계올림픽 참가 국가 중 귀화 선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19명이 출전한 한국이다.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다국적 팀이라 할 정도로 외국 출신이 많다. 2016년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은 전남 지역 전체 인구와 비슷한 176만 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3.4%가량을 차지하는 수치이며, 귀화인도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제 귀화인은 주변인 경계를 넘어 주류에 편입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출신 오세라(여·51) 씨는 울산 중구의 비례대표 구의원이다. 2002년 한국에 왔다가 남편을 만나 귀화한 그녀는 더불어민주당 추천을 받아 구의원이 됐다. 19대 국회에서 다문화 가정 출신 첫 국회의원을 지낸 이자스민 전 의원은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10.7%가 외국인 출신인 안산시의 단원경찰서 원곡다문화파출소에는 필리핀 출신 아나벨 경사와 캄보디아 출신 라포마라 경장이 근무한다.

한국인이 기피하거나 떠난 지방 공단의 인력 공백을 채우는 외국인은 지방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한 지 오래됐다. 경남 김해시는 최근 3만 명에 가까운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 여성 등이 몰려들며 쇠락했던 재래 상권이 살아났다. 한국은 외국인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다문화, 다인종, 다민족 국가가 됐다.

몽골제국 최전성기 때인 13세기 몽골 초원에 세워진 초기 수도 카라코룸은 이민자의 도시였다. 당시 카라코룸을 방문한 프랑스인 선교사 뤼브뤽은 ‘몽골제국 여행기’에서 개방성과 관용성, 역동성이 넘치는 카라코룸의 모습을 소개했다. ‘헝가리 여자, 그녀와 결혼한 러시아 건축가, 파리 출신 금세공인 등 유럽인들은 카라코룸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기독교 목사와 이슬람 성직자, 불교 스님, 심지어 정령 숭배자와 주술사 등이 자유롭게 종교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평화롭게 공존했으며 평등한 대우를 받았다.’

토종과 귀화 선수가 뭉친 한국 선수단은 평창올림픽에서 ‘원 팀, 코리아 (One Team, Korea)’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토종 선수들은 귀화 선수들을 포용하고 화합했다. 혁신과 발전이 소통과 개방에서 나오듯 토종과 귀화 선수가 결합한 한국선수단의 시너지 효과는 컸고, 국민은 다름을 따지지 않고 열띤 박수를 보냈다. 사회도 스포츠와 다르지 않다. 평창올림픽이 다인종(多人種) 국가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을 보여준 대회로 기록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y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