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통상충돌>中 “무역분쟁 우군 확보”…‘美 vs 韓·中’ 新통상갈등 우려

韓美 북핵공조 악영향 가능성

美 ‘韓강경대응’ 방침에 침묵
내부선 보호무역 회귀 비판도

중국 관영 언론이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강력한 우군 확보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면서 외국산 철강 등에 대한 미국의 무역 규제 조치 시사로 촉발된 미·중 분쟁 구도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미국과 통상 분쟁에서 이해관계가 비슷한 한국을 끌어들여 미국에 맞서는 ‘미국 vs 중국·한국’의 신통상 갈등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구도가 현실화할 경우 북핵 등 안보 문제와도 얽히면서 한·미 동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미국과 무역 분쟁이 발생할 경우 중국과 산업 체인(industrial chain)으로 엮인 국가 및 지역들과 동맹을 형성해 미국에 대항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신문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자유무역과 다극주의를 옹호하는 대다수 국가와의 동맹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한국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한·미 동맹 등 기존 외교·안보 관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과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 불만 △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입장 등으로 분쟁이 현실화할 경우 한·중 양국은 이해관계 측면에서 ‘한배를 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신통상 갈등 구도가 현실화되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 체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있다. 미국이 통상문제에서 한국과 중국이 같은 편이라고 인식한다면 북·미 대화를 유도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도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중국의 ‘강경 대응’ 방침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일방통행’에 대한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 노동자들을 벌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면 이는 일자리를 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없애는 것으로, 대규모 감세와 규제 철폐 등으로 만들어낸 업적을 보호무역주의 조치로 되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WSJ는 “미국 철강업계는 지난해 수입이 3분의 2 늘었고, US스틸은 2016년 4억4000만 달러 적자에서 지난해에는 3억87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철강·알루미늄 수입은 문제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학 교과서인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도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무역을 무시하고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맨큐 교수는 “자유무역의 혜택이 명백하다는 점은 이론으로 증명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설득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 “미국은 애덤 스미스의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