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통상충돌>文 ‘강경대응’… 美 추가압박 차단 효과 있을까

- 정부 ‘분리대응’ 방침 배경

美, 반도체·TV도 규제 우려
북핵 지렛대로 통상이익 추구
‘트럼프 리스크’ 최대 난제로

문재인 정부 2년 차에 ‘트럼프 리스크’가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에 기반을 둔 통상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통상과 안보를 충분히 연계할 수 있다는 점도 문 대통령의 고민을 더 깊게 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0일 “미국이 비상식적인 조치들을 하고 있는데 동맹이라는 이유로 가만히 있는 것은 국익에 해가 되는 일”이라며 “철강 수입 제재와 관련해 미국의 최종 선택이 이뤄진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당당하게 대응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 등 12개국을 별도로 제재하는 안을 선택하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해 강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 등 개별 국가 제재안 외에 미국에 철강을 수출하는 모든 나라의 수입 쿼터를 제한하거나 관세를 올리는 안도 복수로 제시한 상태이고, 최종 결정은 4월에 이뤄질 예정이다.

청와대의 메시지에는 향후 예상되는 미국의 추가 통상 압박 조치를 완화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은 세탁기, 태양광 패널, 철강 등에 이어 자동차, 반도체, TV 등에 대해서도 수입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실효성 여부에 상관없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과 같은 강경 대응 방침을 선언하는 것이 전술적으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불합리한 보호무역조치에 대해서는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미국의 통상 압박 조치들은 예견된 것이고, 최근 안보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반영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의 통상 압박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때부터 계속 주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통상문제와 안보문제가 필연적으로 연계되는 숙제들을 내놓을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올해부터 시작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도 우리 측의 부담을 크게 늘려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도 농산물 개방 등을 대폭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이 무역 전쟁의 최종 목표를 중국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여러 형태로 미국의 무역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이 아직까지는 ‘동맹은 동맹, 무역은 무역’이라는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노골적으로 안보와 통상을 연계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업가 출신으로 거래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해법을 지렛대로 통상부문에서 이익을 취하려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