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극 연출가 이윤택 씨의 성폭행·성추행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 동구는 19일 초량동 초량초교 옆에 설치된 이 씨의 동판을 철거했다. 이 동판은 초량초 출신인 이 씨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2013년 초량동 이바구길에 설치됐으나, 최근 성 추문이 불거지자 철거가 결정됐다. 연합뉴스
“강제성없는 性관계”주장에
“똥물 퍼붓고싶어”분노폭발
피해자 김수희·김지현 씨
“고소 위해 변호사와 협의”
해체 발표한‘연희단거리패’
“추가 피해자 파악 나설 것”
‘성폭행 의혹’하용부 씨
인간문화재 지원금 중단
연극 연출가 이윤택 씨가 자신의 성폭력에 대해 사과했으나, 피해자들은 그가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후 낙태했다고 공개한 김지현 배우는 지난 14일 성추행 당한 사실을 가장 먼저 고백해 연극계 ‘미투 캠페인’에 불을 지핀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와 함께 이 씨를 고소하기로 했다. 해체를 공식 발표한 극단 연희단거리패도 일부 단원이 중심이 돼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 추가 피해자 파악에 나서기로 해 사태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수희 대표는 20일 문화일보에 “김지현 배우를 만났고 이 씨를 정식 고소하기로 했다”며 “변호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며, 공소시효에 해당하는 다음 고발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현 배우는 19일 SNS에 글을 올려 “이 씨를 안마하던 중 성폭행을 당했고, 이로 인해 2005년 임신한 뒤 조용히 낙태를 했다”고 털어놔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어 “이 씨는 낙태 사실을 알고는 제게 200만 원을 주며 사과했다”면서 “하지만 사건이 잊힐 즈음부터 다시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씨의 기자회견에 갔다가 성폭행 부분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말에 회견장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추가적인 폭로가 이 씨의 회견 이후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이날 회견에서 성폭행 의혹에 대해 “성관계는 있었지만, 물리적·폭력적 방법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김지현 배우의 고소가 가능한 것은 피해 사실이 비교적 최근이어서 성폭행·성추행 사건의 공소시효 내였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김 배우는 2003∼2010년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했고, 극단에서 나온 해에도 피해를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성폭행 사건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다만 이 씨의 성추행을 최초로 밝힌 김 대표나 성폭행을 처음 폭로한 김보리(가명) 씨의 경우 피해 사실이 십수 년 전이어서 사실상 공소시효가 지난 상황이다. 이들이 밝힌 이 씨의 성폭력은 발생 시점이 2000∼2005년이다. 김 대표는 “저희는 너무 옛날(사건)이라 맞지 않지만 (김지현 배우) 혼자 고소장을 쓰는 일은 없었으면 해서 같이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소송을) 잘 준비해서 (이 씨를) 꼭 감옥 보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전날 이 씨의 기자회견을 본 뒤 “뻔뻔한 태도에 치가 떨린다.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헛소리하는 그 입에 똥물을 부어주고 싶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2013년 친고죄 폐지 이전에 발생한)성폭력의 경우에 인지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는 단서가 있어서 공소시효에 따라 고소를 한다고 해도 법적 처리로 이어질지는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의 성 파문 이후 도의적 책임감을 느낀다며 해체를 공식 발표한 연희단거리패도 공개된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추가적인 사태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와 몇몇 젊은 단원이 중심이 돼 피해자들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희단거리패 관계자는 “추가 피해자와 전체적인 사태의 규모가 파악되면 이번 사태를 정리해 결과물로 남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극계에서는 이 씨 외에 연극계에서 이 씨 외에 또 다른 유명 연출가들과 제작자들의 성희롱 의혹이 메모 형태로 인터넷에 나돌고 있는 가운데 한 뮤지컬 음악감독이 자신의 성희롱 발언을 사과하는 등 미투 파장이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밀양연극촌장 하용부(인간문화재) 씨에게 지급해왔던 전수교육지원금을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는 여성가족부와 협의해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실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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