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美 통상·안보 분리도, FTA 폐기 불사論도 위험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한(對韓) 통상 압박에 맞서 ‘정면 대응’을 선언한 것은, 겉보기엔 후련하지만 득(得)보다 훨씬 더 큰 실(失)이 우려된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하라”고 지시하고, “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적극 주장하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보와 통상 논리는 다르다는 게 대통령 생각”이라면서 “법체계 측면에서 FTA가 공정치 못하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에서는 FTA가 최상위법 지위를 갖지만 미국이 연방법을 우선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공정하다는, 변호사 출신다운 논리다.

문 대통령의 인식이 그 자체로 틀린 것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통상 압력이 무도(無道)할 정도로 과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거기에 반발하는 것과 현실적 대응은 달라야 한다. 특히, 안보와 경제를 책임진 집권 세력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우선, 안보와 경제는 분리할 수도, 분리될 수도 없다. 당장 외국 철강 수입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명분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 방안을 내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른바 동맹국도 무역에 대해선 동맹국이 아니다”고 했다고 해서 액면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 미국은 물론 어느 나라든 경제와 안보를 ‘연계’한 정책이 불가피하다. 일본·캐나다 등은 빼고 한국을 포함시킨 철강 제재 방침만 하더라도,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미 불일치와 결코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이 직접 ‘당당’과 ‘결연’을 주문한 것도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군사·경제 최강국인 미국이라면 그럴 수 있지만, 한·미 동맹의 비중을 생각하면 한국이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조용히 경제 외교를 벌이고, 과도한 저자세로 비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접근하는 것은 자존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FTA 폐기 불사론은 더 위험하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선택을 강행할 수 있다. FTA는 동맹 강화 차원에서는 물론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반드시 유지·발전시켜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