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출마 단체장들의 우후죽순 對北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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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서강대 교수 정치학

북한은 우리에게 이중적 의미가 있다.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성과 동시에 대한민국에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다. 애증의 대상인 대북(對北) 관계의 현실적인 과제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다. 북한의 호전성을 줄이고 국제사회 질서 속으로 끌어들이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선 북한에 대한 국제 세계의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우리만의 외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가를 유도하고 김여정 특사의 방한 등 외교적 모멘텀을 갖게 된 것은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긍정적 출발점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도 말했듯이 조급하게 외교 성과를 기대해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모양새가 돼선 안 된다. 국민이 남북관계 변화에 관심과 바람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와 접촉은 국민적 동의 아래 정제된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해결이 난망한 정치 문제는 뒤로하고 문화와 스포츠 등 민간 교류 등을 통해 우호적 관계를 도모하는 전략은 국제정치에서 기능주의적 접근 방식이다. 국가 간 교류가 많아지고 무역이 증가하면 상호 의존성이 커지게 돼 전쟁과 같은 물리적 충돌의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그동안의 남북관계 경험으로 볼 때 이러한 접근 방법이 북한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다퉈 북한과 스포츠 교류를 언급하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남북한 공동으로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평축구의 부활과 전국체전 100주년 서울-평양 동시개최를 북측에 공식 제안했다. 선의로 보면 평창올림픽의 분위기를 이어받아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전에 국민 내부적 논의와 동의 없이 광역단체장들이 경쟁적으로 나서서 북한과 관계 개선의 주역이 되겠노라 공표하는 것은 경솔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박 시장과 최 지사 모두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지방선거를 겨냥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위한 현직자의 공약이라고 해석될 여지마저 있다. 지방분권화가 강조되고 있지만, 대북 관계는 지방단체의 소관이 아니다.

중앙정부를 패스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북한 당국과 접촉에 나서는 것은 득(得)보다는 실(失)이 훨씬 더 많다. 북한에서는 예술과 스포츠가 정치의 선전 도구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북한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당장 올림픽이 끝나고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돼 있는데,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어떨지가 우선 관심사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북한이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예술단이 공연했다고 관계가 달라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다. 북한이 본질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판단할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남북관계는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복잡하기 그지없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북한에 대한 다방면의 제재가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섣불리 북한과 접촉을 주도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제적 신뢰마저 의심받게 만들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지자체들이 나서서 획기적인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다. 그럴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북 관계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할 외교 문제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