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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반도 정찰記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21일(水)
北제재 동맹과 ‘이른바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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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대북 제재 효과 나타나기 시작
대화와 제재 병행 지속 불가능
군사옵션, 안정화작전이 문제


평창동계올림픽이 벌써 종착역으로 달려가고 있다. 나흘 뒤인 25일 밤이면 막을 내린다. 많은 국민이 태극전사들의 투혼과 감동 스토리에 열광하며 잠시나마 힘든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북한 응원단·예술단이 오고, 김정은의 특사 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지만, 남북문제는 금방 올림픽 열기에 묻혔다. 북한도 ‘로키(low key)’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15일 ‘김정일 생일 76돌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광명성절’이라 부르는 김정일 생일(2월 16일) 전후에 연례행사처럼 벌이던 미사일 도발도 올해는 나름 자제했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대화를 통해 한국으로부터 경제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은 설과 김정일 생일이 겹치자, 특별 배급을 은근히 기대했었다. 그런데 고작 가구당 식용유 한 병과 천으로 만든 신발 한 켤레뿐이었다고 한다. 예전에 나오던 술과 고기, 그리고 과자 세트는 보이질 않았다. ‘김정은 금고’가 바닥난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제재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식의 자신감을 과시했었다. 북한 경제가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활발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고난의 행군’ 시절과 같은 굶주림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장마당 효과’로 ‘시장경제 맹아’가 발생한 덕분이며, 북한 사회주의 국가 경제 부문은 계속 몰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현상이 계속되면, 김정은 체제의 경제 기반이 허물어지게 된다. 또, 제재가 장기화하면서 물가가 오르는 등 장마당 경제도 타격을 입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당장이라도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것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속도 조절론’은 미국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에게 제재를 계속 유지하는 조건에서 북한과 대화를 병행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화·제재 병행론(論)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남북 대화로 북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제로다. 아니 핵 문제를 남북대화 의제로 삼는 것 자체에 반대할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도 대화를 위한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한국으로부터 돈을 뜯어내고, 이를 통해 국제 제재망에 구멍을 내는 것이다. 북한도 경제적 이익이 없다면 한국과 굳이 대화할 필요가 없다.

남북대화와 관련, 미국에서 다소 엇갈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에 온건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강경파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의 내부 갈등설도 나왔다. 그러나 강조점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제재 강화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 추구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당사자인 한국 정부가 대화하겠다는데 무조건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대북 제재 전선에서 이탈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남북대화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은 테이블에 있긴 하지만, 현실화하기엔 많은 제약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 핵태세검토보고서(NPR)의 주요 내용은 미국의 핵전력 강화다. ‘핵 없는 세계’를 추구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의 2010년 NPR와 달리, 2018년 NPR는 북핵에 대한 핵 확장 억지력 보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핵으로 북한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리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무시무시한 미국의 핵전력 강화론을 미국 전래식 전력의 취약성 때문으로 해석하는 미 전략가가 많다. 헤리티지재단의 ‘2018 미 군사력 지수’(2018 Index of U.S. Military Strength)에 따르면 현재의 전력은 미국이 추구하는 2개의 주요지역 분쟁(two major regional conflicts; two-MRC)에 동시 대응하는 병력 구성에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현재 미 공·해군 전력만으로도 북한을 초토화할 수 있다. 문제는 군사적 승리 이후다. 북한 안정화 작전에 최소 40만 지상군이 필요하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 지상군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치적 고려가 부족한 군사 작전을 시작할 경우, 한반도를 중국에 넘기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전략가들 사이에 팽배하다. 따라서 북한이 하와이 상공에 미사일을 날리는 수준의 도발을 자행하거나, 국제 테러 집단에 핵확산을 시도하지 않는 한, 예방공격보다는 억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제재의 ‘무한 확대·강화’를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문 정부가 이끄는 한국은 이미 미국의 ‘이른바(so-called) 동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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