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통상충돌>美 ‘한·미 FTA 폐기’ 카드까지 꺼낼까

“NAFTA 재협상, 시간 오래 걸려
중간선거 앞두고 희생양 찾을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우선주의) 공세에 따른 통상 분야 첫 희생양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올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첫 보호무역 정책이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조기에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만큼 한·미 FTA 폐기 카드를 통해 보호무역의 성과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21일 한 미국 소식통은 “미국 중간 선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문제와 관련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라며 “그러기에 한·미 FTA는 좋은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AFTA는 시장 규모가 더 큰 다자협정이고 복잡한 이슈가 많아 조기에 결말이 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미국의 전체 경제나 무역규모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한·미 FTA는 경제적 타격이 적으면서 정치적 효과가 큰 카드라는 설명이다.

아산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양국의 총 무역 교역량과 경제 규모를 비교해 보면 한·미 간 무역 규모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0.01% 이하 수준이고 한국의 경우 약 0.07~0.08% 정도다. 또 미국이 한국과 유지하고 있는 무역 수지는 전체적인 미국 경제 수준을 고려하면 작은 부분이다. 미국의 2016년 GDP가 18조6000억 달러(약 2경 원)임을 감안하면 같은 해 대(對)한국 무역적자인 176억 달러는 미국 경제 규모의 0.0001%도 되지 않는다. 즉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한·미 FTA가 폐기돼도 미국 경제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다.

최근 청와대가 안보와 통상은 별개의 논리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청와대 역시 한·미 FTA 폐기 상황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소식통은 “청와대의 입장은 최악의 경우 한·미 FTA가 폐기될 수도 있지만 한·미 동맹에는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