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의원 ‘평창 롱패딩 상납’ 국민 눈에 뇌물로 비친다

대한체육회가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 28명에게 공짜로 선수와 임원단만 입는 고가(高價)의 롱패딩 선수복을 제공했다고 한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남자 스켈레톤 결승 때 입장할 수 없는 제한구역에서 이 옷을 입고 윤성빈 선수를 응원할 때 출처 논란이 일면서 이런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교문위원이 아닌 박 의원은 “동료 의원에게서 빌려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올림픽 개막 이전부터 입고 있었던 사진이 공개돼 이런저런 의혹만 더 커지고 있다.

체육회는 교문위 의원은 물론 대통령, 국회의장, 국무총리 등에게도 지급했다고 한다. 누가 무엇을 공여받았는지 쉬쉬하는 분위기이지만, 비매품인 롱패딩은 60만 원 상당의 제품이고, 방한복과 트레이닝복 등 18개 품목으로 구성된 세트는 260만 원 상당이라고 한다. 체육회는 미리 국민권익위원회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문의해 “격려 응원을 하는 경우 동일한 선수단복을 착용함으로써 일체감을 보여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회상규에 허용되는 물품”이라는 해석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법 취지를 뒤엎는 황당한 법 해석이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은 직무와 상관 없이 1회에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선 안 되며, 직무와 관련되면 대가성과 상관 없이 어떤 금품도 받아선 안 된다.

국회의원, 국회의장, 국무총리, 대통령 모두 대한체육회 업무와 관련이 있다. 선수단 응원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그 때만 입고 돌려줘야 한다. 군 부대나 산업 현장 방문 등의 경우엔 오래 전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 기념으로 소장하고 싶다면 비용을 지불했어야 했고, 그래도 ‘특혜 구입’ 소지가 남는다. 특히 국회 교문위원들의 경우, 체육회 예산과 정책을 감시·감독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수백만 원 상당의 금품이 전달됐다면 김영란법의 문제가 아니라 ‘뇌물 상납’으로 비치기에 충분하다. 정작 자원봉사자와 미화원들은 방한복도 지급받지 못했다고 한다. 엄정한 규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