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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22일(木)
남북관계 ‘투명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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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부장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한 비핵화’ 의제 채택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지난 10일 청와대서 열릴 예정이던 북·미 고위급 대화를 북측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비화를 미측이 뒤늦게 공개했다. 신정 왕조국가인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보내 ‘빠른’ 정상회담 개최를 문재인 정부에 촉구했다. 김정은의 조급함은 북한이 다급해졌다는 신호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슬로건으로 북한 인민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약속하고 집권했던 김정은이 무언가에 쫓기는 듯, ‘백두공주’까지 파견해 파란색 파일 친서를 공개한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청와대가 북·미 대화를 중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달 중국 등 제3국 비밀접촉설이 회자됐다. 천문학적인 대북 송금 등 물밑 거래를 통해 성사된 1·2차 남북정상회담과 달리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한 파격적 행보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전례 없는 전방위 압박·제재 정책에 북한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핵무기는 만능의 보검’이라고 선전해온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대외 의존도 확대 및 시장경제 강화의 길을 걸어온 북한 경제는 중국까지 동참한 국제사회의 초강경 제재로 경제 파탄에 직면, 주민들의 위기의식은 최고조에 달했다. 김정은은 김정일과 달리 외교 경험이 일천하고, 미국의 군사옵션 공세에 겁을 집어먹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무력 완성 때까지 갖은 고난을 감내하며 김정은을 믿고 따른 북한 인민들의 민심 이반이 가속화하는 징후도 감지된다.

‘김여정 파일’에 5월 정상회담 제안 등이 담겼을 것이란 추측도 흘러나온다. 김정은은 비핵화 의제 설정 전, 속전속결식 남북관계 개선으로 국제사회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고 민심 이반을 달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음이 분명하다. 김정은은 평창올림픽 기간 북·미 고위급 대화로 제재 돌파구를 연 뒤, 5월 남북정상회담으로 경제 회복의 대반전을 노렸으나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벽에 막혀 실패로 끝났다. 김정은 친서를 김여정이 일부러 언론에 공개한 것은 남북이라는 정상국가 간 외교 행위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 청와대 24시를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대북 접촉 과정은 철저히 숨겼다. 한민족의 생사가 걸린 남북, 북·미 현안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이는 정부의 직무유기다. 사태 전개에 따라 자칫 대국민 배신행위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김여정 특사 일행은 대북 라인 핵심 인사들과 4차례나 회담을 했지만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일행의 북·미 회담 추진 사실을 워싱턴포스트가 공개하기까지 우리 국민은 까마득히 몰랐다. 이런 식이라면 남북 간 비밀접촉 등에 대한 국민적 의혹은 갈수록 증폭될 수밖에 없다. 남북 비밀 접촉과 이면 합의 의혹 등이 불거져 남남 갈등과 동맹 균열의 불씨를 키우기 전에 남북 비밀 접촉 과정부터 김여정 파일까지 낱낱이 공개해 대국민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csjung@
e-mail 정충신 기자 / 정치부 / 부장 정충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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