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對北특사 카드’ 일찍 꺼내드나

北·美대화까지 ‘높은 벽’ 실감
특사 보내 돌파구 마련 가능성

북한의 북·미 회담 일방 취소로 남북 대화 국면을 북·미 대화로 연결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정부가 대북 특사 카드로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22일 외교·안보가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중재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등 미국 고위급 대표단이 회담하려다 취소되면서 북·미 간 탐색적 수준의 대화 재개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북·미 관계가 경색되면서 정부가 조만간 북한에 특사를 보내 다시 북·미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재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미 대화가 선행돼야 남북정상회담 등도 가능하다는 인식 아래 정부가 대화의 조건 등을 놓고 중재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평창동계올림픽 후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가 예고돼 있고, 오는 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실시되면 북·미 대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대북 특사 파견이 빠른 시일 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 보고에 출석해 대북 특사와 관련, “모두의 고민은 평화 분위기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있다”며 “어떤 방법이든 미국 쪽과 소통하면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미가 서로 회담 취소의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어서 특사 파견 등을 통한 중재가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회담을 취소한 사실을 밝히는 등 관계 개선은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한했던 펜스 부통령은 2박 3일의 일정을 쪼개 천안함을 둘러보고 탈북자들을 만나는 등 북·미 회담이 예상된 상태에서도 강경한 행보로 북한을 압박했다. 이에 맞서 북한은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이후에도 미국을 남북관계 훼방꾼으로 비난하며 핵보유국 인정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남북이 접점을 발견하기까지에는 수차례의 회담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한국 정부가 처음부터 특사 파견을 반드시 공개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정부에는 북한과의 논의 사항을 상세하게 전달함으로써 남북 대화와 국제공조 간 균열 논란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