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만난 사람>“새벽 2시까지 추위와 싸우지만…‘생큐’ 한마디에 큰 보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원 강릉시 자율방범연합대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21일 KTX 강릉역 인근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석·강혁진·김진오·박태우·마의현 씨.

‘강릉역 택시정류장 深夜 자원봉사’ 김진오 씨 등 5명

낮 봉사팀 퇴근 이후부터 ‘담당’
외국인 - 택시기사 간 소통 도와
“집안 대사 · 생업도 미루고 왔죠”

“추운 게 가장 힘들지만 고맙다는 외국인과 택시 기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21일 오후 9시 KTX 강릉역 택시 정류장 인근. 형광 겉옷을 입은 인원 5명이 도로변에 나와 반짝거리는 신호봉을 연신 흔들고 있다. 한 외국인 일행이 택시에 올라타자 신호봉을 흔들던 이들 중 1명이 기사에게 무어라 얘기했고, 택시기사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출발했다. 이들은 조직위 자원봉사자들이 퇴근한 심야 시간대에 강릉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자율방범대 올빼미 5형제다.

강릉시 자율방범연합대 김진오 사무국장, 강릉시 중앙동 자율방범대 강혁진 사무국장, 김동석·박태우·마의현 대원 등 5명은 KTX 강릉역 택시 정류장에서 택시기사와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들의 택시 탑승을 돕고 있다. 외국인의 목적지를 기사에게 알리고, 택시 요금이 얼마인지를 묻는 등 외국인과 택시기사 간 소통에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바삐 오가는 차들로 항상 붐비는 KTX 강릉역 주변의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이들은 민간 운영 언어통역 자원봉사센터 헬핑핸드센터의 자원봉사자들이 봉사활동을 마치는 오후 8시부터 서울발 KTX 막차가 강릉역에 도착한 이후인 새벽 2시까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 등 5명은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소속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5명 중 김진오·강혁진·김동석 씨는 낮에 각자의 생업이 있으며, 박태우·마의현 씨는 경희대 회계세무학과와 강릉원주대 해양생물공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평소 자율방범대원으로 취약지역 범죄예방 순찰, 산불 등 화재 예방 순찰, 문화재 화재 예방 순찰, 청소년 선도, 여성 안전귀가 지원 등을 수행하는 이들이 올림픽 봉사를 자청한 것은 오로지 고향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기 때문이다.

KTX 강릉역은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강릉올림픽파크를 오가는 셔틀버스가 운행하는 곳이다. 늦은 시간까지 경기가 열린 뒤 외국인 등은 셔틀버스로 강릉올림픽파크에서 강릉역까지 올 수 있지만, 이곳에서 숙소 등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경우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들 자원봉사자는 새벽에 퇴근할 때까지 쉴 틈이 없다.

밤이면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도 많이 불어 봉사활동을 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도와줘서 고맙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느끼는 보람 때문에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패럴림픽 때도 자원봉사에 나설 계획이다.

강릉 = 글·사진 진민수 기자 stardu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