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직업소개소, 서비스 질 ‘낙제점’

민간직업소개기관이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질이 미흡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국내 민간직업소개기관의 실태를 조사한 ‘민간직업소개기관 실태조사 및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직업소개기관 수는 지난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규제 완화 추세와 더불어 2000년 3378개소(유료 3168개소, 무료 210개소)에서 2016년 10월 기준(유료 1만1287개소, 무료 1588개소)로 급팽창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총 415개 민간직업소개기관(미인증 354개 기관, 인증 61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벌였다.

◇영세한 미인증기관·유료직업소개사업기관=조사 대상 인증 기관 중에는 무료직업소개사업기관(52.5%)이 많지만, 미인증기관 중에는 유료직업소개사업기관(75.1%)이 더 많았다. 사업 관리·운영 부서 유무를 조사한 결과 인증기관은 78.7%, 미인증기관은 21.5%만이 관련 부서를 운영하고 있었다. 무료직업소개사업기관은 63.4%, 유료직업소개사업기관은 17.7%만이 사업 관리·운영 부서를 갖추고 있었다.

이 보고서는 “인증기관의 경우 사업의 운영과 관리를 위한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비율이 높은 데 비해, 미인증기관의 경우 기존 부서에서 직업소개사업을 병행해 운영하는 비율이 높거나 체계성이 낮은 편”이라며 “유료직업소개사업기관에서 사업관리 및 운영부서가 없는 경우가 높게 나타남으로써 유료직업 소개기관의 영세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활동 분야를 살펴보면 미인증기관은 건설(42.9%, 이하 복수응답)이 가장 많은 반면, 인증기관은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사무 행정(49.2%)으로 가장 많았다. 유료직업소개기관의 경우 건설(52.2%, 이하 복수응답), 파출부(19.1%) 같은 단기 일자리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지만, 무료직업소개기관은 사무행정(37.5%), 경비(37.5%), 상용직(35.7%), 식당(33.9%)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무료직업소개기관은 유료직업소개기관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취업연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직업소개기관 종사자 처우도 ‘열악’=월 평균임금은 인증기관의 총괄자는 평균 389만 원으로 미인증기관(215만 원)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담자 역시 인증기관은 258만 원으로 미인증기관(165만 원)보다 많았다. 구성원의 평균 근속 기간을 살펴보면 인증기관의 총괄자와 전담자는 각각 102개월, 58개월로 미인증기관(총괄자 42개월, 전담자 29개월)보다 길었다. 고용형태를 살펴보면 인증기관의 경우 총괄자의 85.2%, 전담자의 79.4%가 정규직이었다. 반면 미인증기관의 경우 총괄자는 77.4%, 전담자의 64.4%가 정규직으로 인증기관보다 낮았다. 담당자의 평균 상담 경력을 살펴보면 인증기관은 총괄자 9.8년, 전담자 5.7년으로 미인증기관(총괄자 4.8년, 전담자 3.7년)보다 길었다.

보고서는 “인증기관과 미인증기관의 평균 임금 수준 격차는 구성원의 전문성을 비롯해 직무 몰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작용됨에 따라 인증기관과 미인증기관의 차이가 더욱 커지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품질 관리 기관 설립·인증 기관 인센티브 강화돼야=무료직업소개사업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영리법인 또는 공익단체만이 할 수 있게 돼 있다. 유료직업소개사업을 하고자 할 때는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에게 등록해야 하고, 해외 유료직업소개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업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 무료직업소개기관은 대부분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지원으로 기본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국내 유료직업소개기관을 살펴보면, 법인에 비해 개인사업체 비중이 매우 높아 영세성이 심각하다.

이 보고서는 “국내 직업소개 시장에서 유료직업소개기관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해당 영역의 영세성 문제는 향후 양질의 민간위탁 고용서비스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유료직업소개사업 영세성을 완화하고 실질적인 직업 알선 영역 또한 양질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민간직업소개사업의 품질 개선을 위해 품질 관리 기관 설립·운영, 인증 기관 인센티브 강화를 그 방안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민간 차원에서 수행되는 고용서비스지만 국가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직업소개사업과 관련한 품질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관의 설립·운영이 필요하다”며 “우수기관 인증과 관련한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대다수 기관이 해당 사업 참여 노력을 통한 자구적인 시스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