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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23일(金)
美의 비극 ‘총기규제 역설’… 막으면 잘 팔리고 풀면 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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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열린 총기 규제 강화 시위에 참여한 한 여학생이 “쏘지 마세요(Don’t shoot)”라고 적은 손바닥을 들어 올리고 있다.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14일 미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미 전역에선 학생들이 주도하는 강력한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EPA 연합뉴스
총기산업의 정치·경제학

규제시도 오바마땐 서둘러 구매
反규제 트럼프선 되레 판매줄어

역설적·정치적 소비심리 패턴
총기協, 대선때 클린턴 더 후원

200년 역사 레밍턴 파산 위기
잇단 사고에 反총기 대형 시위

강력한 로비력으로 반론 차단
신원조회 강화 조치에 머물 듯


미국 플로리다주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총기 규제를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워싱턴 정치권과 금융계 등과 복잡하게 얽힌 미국 총기산업의 정치·경제학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는 변화론에서부터 미국 역사에 뿌리 깊은 자위권 차원에서 ‘총기 규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회의론까지 다양한 견해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총기산업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총기 소지 권한을 규정하고 있는 수정헌법 2조를 적극 지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했지만, ‘트럼프 슬럼프’라는 자조까지 나올 정도로 총기업계는 불황에 빠져 있다.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캠페인에 이어, 이번에는 고교생들을 주축으로 강력한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미 넥스트(Me Next·다음 희생자는 나)’ 운동이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총기업계의 실상을 통해 미국의 총기 문화에 대한 변화 가능성을 점검하고 진단해 본다.

◇‘황금시대’ 저무는 총기제조업계…레밍턴은 파산 신청 = 1816년 뉴욕에서 설립된 총기제조업체 ‘레밍턴’은 지난 12일 7억 달러(약 7580억 원)의 부채 탕감을 위해 파산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수익이 급감하면서 200여 년 역사 끝에 문을 닫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는 레밍턴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또 다른 총기제조업체 ‘스미스 앤드 웨슨’도 지난해 수익이 320만 달러로 전년보다 90%나 급락했고, 미국 최대 총기제조업체인 ‘스트럼 루거’도 지난해 10월 3분기 수입이 35%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스트럼 루거가 21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수익도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이었다.

총기업계의 수익 급락은 판매율 저조 때문이다. 스트럼 루거의 경우 지난해 4분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7% 떨어졌고, 스미스 앤드 웨슨도 지난해 판매가 36%나 줄었다.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 시절에 총기 판매가 ‘깜짝’ 늘어나기는 했지만, 미국인의 총기 소유율이 197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가 판매 부진의 주요 원인이다. 사냥을 즐기는 인구가 줄어들고, 도시에 주로 거주하는 젊은 층에서 총기 소유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기 판매에는 정치적·심리적 요인도 크게 작용 = 총기제조업계의 몰락에는 정치적·심리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역설적이게도 총기 규제 강화를 시도했던 오바마 행정부에서 총기제조업계가 황금기를 구가했던 것도 이 때문으로,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가 엄격해질 수 있다고 판단되면 기존 총기 소유자들이 대거 총기 구매에 나선다는 것. 로버트 스피저 뉴욕 주립대(코트랜드)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총기 판매는 상당히 정치화돼 있다”면서 “오바마 행정부 시대에 총기 판매가 늘어난 것은 구매자가 새로운 총기를 원해서이기도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규제에 반대한다는 정치적 행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총기 판매가 급감한 동기이기도 하다. 대형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면 총기 소지를 통해 가족을 보호하겠다는 심리와 함께 향후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가 발동하면서 총기 구매가 늘어나는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 공식이 성립되지 않고 있는 것. 전미총기협회(NRA)가 2016년 대선 당시 지지를 선언했던 트럼프 대통령보다 민주당의 힐러러 클린턴 후보에게 더 많은 1970만 달러의 후원금을 지원한 이유다. CNN머니는 “오바마 시대에는 총기난사 사건 이후 규제대상이 될 수 있는 반자동 소총 판매가 급등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규제 가능성이 낮다는 심리가 만연하면서 총기난사 사건이 총기 판매 증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총기 규제 강화 요구하는 목소리, 이번에는 성공할까 = 2000년대 들어 대형 총기난사 사건이 잇따르면서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총기업계에는 크나큰 도전이다. 전통적으로 총기 소지 권한을 옹호해왔던 미국 사회 여론도 구매자 신원조회 등 일부 규제 강화에는 찬성하는 방향으로 옮아가는 추세다. 최근 퀴니피액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기를 소유한 응답자의 97%가 구매자 신원조회 강화에 동의한다고 답했을 정도다.

하지만 ‘미 넥스트’ 캠페인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 28명 중 9명을 회원으로 뒀던 NRA의 막강한 로비력을 뚫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북전쟁 당시 북부군 장교들을 주축으로 1871년 결성된 NRA는 500만 명에 달하는 회원과 막강한 자금력으로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구매자 신원조회 등 제한적 규제 강화에만 동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근본적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워싱턴의 전반적 관측이다. CNBC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총기 규제 강화는 대량살상이 쉬운 반자동 소총 등 일부 총기에 대한 전면적 판매 금지가 아니라 특정인에 대해서만 총기 판매를 금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이 경우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mail 신보영 기자 / 국제부 / 차장 신보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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