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fty+ >부부끼리 100里 달리니… ‘건강 100세’도 따라 달리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부마라톤 동호회 ‘대구달리네클럽’ 회원들이 지난 10일 대구 달성군 화원읍 도로변 잔디밭에서 가볍게 뛰면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전국 최초 부부마라톤 동호회 대구달리네클럽

평균나이 64.7세 부부 17쌍
17년째 매주 토요일 마라톤
약한 체력 키우려 시작했지만
신체나이 40대로 관절통 몰라

哀慶事 나눠 소외감 사라지고
금실 좋아지니 가정까지 화목
“무리만 안하면 보약 따로 없어
자식·손주 代잇는 클럽 되길”

“달리네 달리네 달리네 파이팅!”

지난 10일 오전 6시 대구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 남평 문씨 본리세거지 주차장 앞. 달조차 구름에 가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놀라서 찾아가니 어르신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2차선 도로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천내천을 따라 2.8㎞ 정도 떨어져 있는 화원읍 벽화 마을을 돌아 다시 본리세거지를 돌아오기를 3차례. 가쁜 숨조차 내쉬지 않는 이들은 다시 모여 ‘파이팅’을 외쳤다.

이날 오전 대구의 날씨는 영하 8도,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5도였지만 이들은 연신 땀방울을 훔치면서 스트레칭을 하고 환하게 웃었다. 이날 새벽 공기를 가른 이들은 ‘대구달리네클럽’ 회원들로 모두 34명. ‘달리네’는 ‘달리는 가족’을 의미한다. 특이하게도 회원들은 모두 부부였고 대부분 환갑을 훌쩍 넘었다.

달리네클럽은 지난 2001년 6월 전국 처음으로 창단한 부부마라톤 동호회다. 당시 7쌍의 부부가 모였으나 이제 17쌍으로 늘었다. 평균 나이는 64.7세이고 최고령은 70세, 막내는 56세다. 이구원(61) 사무국장은 “17년째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모여 2∼3시간씩 달린다”며 “모두 좋지 않은 건강 때문에 달리기를 시작해 신체 나이를 40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회원들은 각종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5차례에서 57차례에 걸쳐 완주(42.195㎞)한 건각들이다. 또 이들 가운데 2명은 서브 스리(Sub-three·마라톤 풀코스 3시간 미만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이날도 마라톤 하프 코스에 버금가는 거리를 가뿐하게 달렸다. 추운 겨울을 지나 날씨가 풀리면 일부 회원들은 30㎞가 넘는 거리를 달린다고 한다.

이날 운동을 마친 회원들은 강추위 속에서도 하나같이 체력이 넘쳤고 건강 회복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 국장은 “몸이 뚱뚱해지면서 마라톤을 시작했다”며 “78㎏의 몸무게를 60㎏까지 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추어 권투 선수 출신으로 2002년 마라톤에 입문했다. 송진수(60) 회원은 “유산소 운동효과가 등산보다 나아서 2003년부터 마라톤으로 전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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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윤(64) 회장은 아내 김미라(59) 씨와 2007년 마라톤을 시작한 이후 최 회장은 33차례, 김 씨는 10여 차례에 걸쳐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했다. 최 회장은 “마라톤 입문 당시 술과 담배로 연신 기침을 하고 구역질이 나서 전혀 뛰지 못했다”며 “이듬해는 심근경색으로 2차례에 걸쳐 병원 신세를 졌지만 결국 달리기로 몸을 다졌다”고 자랑했다. 그는 강원 춘천, 서울, 경북 경주, 대구 등에서 열리는 각종 마라톤대회에 열 일을 제쳐 두고 참가하고 있다. 60세를 훌쩍 넘었지만 4시간 10분 이내에 주파할 정도다. 아내 김 씨는 “마라톤을 한 이후 상체는 교정되고 하체에는 힘이 실렸다”며 “비슷한 나이에 무릎 등 관절 문제로 힘겨워하는 이들에 비하면 청춘”이라고 말했다.

마라톤으로 금실을 다지는 부부도 있다. 이희근(68)·문덕자(63) 씨 부부로, 이들은 “마라톤을 한 뒤 소외감이 사라지고 삶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가정이 매우 화목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 씨는 초등학교 교장 출신이며 문 씨는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이불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2003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 이들 부부의 마라톤 이력은 대단하다. 보스턴(2006년)·베를린(2009년)·시카고(2010년)·뉴욕(2014년) 등 메이저 4개 대회에 참가했다. 이 씨 역시 “과음과 흡연으로 고통을 받다 건강을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다”며 “이제는 마라톤이 생활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또 이 씨는 울트라마라톤대회(111㎞)를 14시간 21분에 주파하기도 했다. 이 씨는 ‘20-20 클럽(3시간 20분 미만 20차례 이상 완주)’에 가입해 ‘마라톤 명인’ 칭호도 얻었다.

신우균(69)·김정숙(66) 씨 부부는 동호회 분위기 메이커와 살림살이 역할을 담당한다. 모임에서 신 씨는 직접 만든 시를 읊으면서 분위기를 돋운다. 신 씨는 “새벽 달리는 코스는 비슬산과 용문산 자락이어서 호흡을 하면서 정기도 마셔 마라톤이 보약”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 씨는 동호회 총무로 각종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음식을 장만하는 등 회원들의 건강을 챙기는데 정성을 쏟고 있다. 이날도 그는 따뜻한 음료와 바나나 등 간식거리를 마련해 회원들에게 에너지를 보충했다.

회원들은 운동을 마친 뒤 인근 국밥집으로 향했다.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면서 서로 친목을 더욱 다지기 위해 반드시 아침 식사를 한 뒤 헤어진다고 한다. 식당에 들어서자 “허니, 나한테 와”라고 외치는 소리에 회원들이 박장대소했다. 이 클럽 김종상(70) 고문이 아내 박은옥(66) 씨를 부르는 목소리였다. 김 고문은 이 클럽에서 나이가 가장 많다. 김 고문과 아내 박 씨는 건강하고 활력이 넘쳤다. 박 씨는 “마라톤을 한 뒤 기형인 척추가 올바르게 잡히고 허리에 근육이 생기면서 몸 균형이 잡혔다”고 말했다. 헬스장도 자주 이용하는 김 고문은 “로드 러닝은 러닝 머신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힘에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고문도 2011년 뉴욕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등 20여 차례 완주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회원들은 어르신들의 한파 속 새벽 달리기운동에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국장은 “이날처럼 2시간을 달릴 경우, 10분 동안 스트레칭을 한 뒤 20분은 가볍게 뛰고 1시간은 속도를 높여 달려야 한다. 이어 30분은 다시 가볍게 뛰어야 부상을 방지한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혈압이 높으면 달리기를 자제해야 한다”며 “특히 찬 공기에 갑작스러운 노출은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회원들은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 빠지지 않고 참가한다. 또 1박 2일 하계수련회를 열고, 2년에 한 번 정도 해외 마라톤대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물론, 부부가 동반한다. 이 때문에 부부애가 저절로 좋아지고 회원들은 모두 가족처럼 지낸다고 한다. 김 고문은 “‘길흉사 대소사’에도 모두 참가해 남들이 보면 대가족으로 착각한다”고 말했다. 고동현(68) 감독은 “부부가 함께 운동을 꾸준히 하자 자식, 손주까지 덩달아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회원들의 손주들이 참가했다. 송 회원의 아들은 이 동호회에서 마라톤을 꾸준히 하다 대학교 체육학과에 진학하기도 했다. 고 감독은 “대(代)를 이어 동호회가 활발하게 유지되도록 해 세계적인 부부 마라톤 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