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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23일(金)
北核 빠진 회담은 가면무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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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정치부 차장

‘회의는 춤춘다. 그러나 진전은 없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진행 중인 남북 교류를 보고 있으면 한 오스트리아 장군이 나폴레옹 몰락 이후 유럽체제 논의를 위해 열렸던 빈 회의 상황을 비판했던 말이 떠오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관계의 전환점으로 삼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오는 25일 막을 내리지만 북한 비핵화 문제는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해 남북 교류라는, 겉보기에 화려한 무도회만 진행될 뿐 북한 비핵화라는 핵심 의제는 테이블에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남북 모두 본심은 숨긴 채 가면무도회를 벌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4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한다면 인류 화합과 세계 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한다”며 평창 외교 구상을 밝힌 뒤 지속적으로 북한에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요청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문 대통령의 평창 외교 구상은 힘을 받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1차례의 핵실험과 11차례의 미사일 도발로 경색됐던 남북 관계는 이후 대화 국면으로 전환됐다. 수차례 남북 회담 끝에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구성됐으며 북한 선수단과 예술단, 응원단, 태권도 시범단이 남측으로 내려왔다. 이러한 흐름은 김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남과 청와대 방문, 김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제의 전달로 정점을 찍었다.

이런 남북 교류의 요란함과 달리 한국의 생존이 걸린 의제인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는 북핵을 북·미 간 문제로 치부하면서 간신히 연결된 남북 교류가 끊어질까 언급을 회피하고 있고, 북한은 비핵화가 회담 의제가 될 수 없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한 남북 교류가 북한 비핵화 논의로 이어지지 않고 단순히 무도회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기회로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하기로 했던 김 부부장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간 회담을 깬 것은 이러한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북한은 펜스 부통령의 대북 강경 행보에 비핵화 문제가 북·미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 판단하고 회담 2시간 전 갑작스레 취소를 통보했다. 이 사건은 북한 스스로 비핵화 문제를 들고나올 때까지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인다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전략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음을 상기시켜줬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회담 없는 무도회를 연장하려는 데만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핵이 의제로 오를 수 있는 군사당국회담은 미뤄두고, 패럴림픽 북한 대표단·선수단 참가와 이산가족 상봉 논의 등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추진했던 평창 외교가 진정 북한 비핵화 논의를 위한 것이었다면 핵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북한이 회담을 원하면 논의를 본격화하고, 회담을 거부하면 압박 대열에 다시 합류해야 한다. 핵 문제를 외면한 채 남북교류만 지속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일에 불과하다.

suk@
e-mail 김석 기자 / 국제부 / 차장 김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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