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김정은 뺀 확성기’ 對北 심리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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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성 한미안보연구회 이사 前 세종연구소장

우리의 대북(對北) 심리전은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대한민국 안보 역량이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합참이 지난해 월간 단위 대북 심리전 작전지침을 통해 대북 확성기 방송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언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많은 국민, 안보 전문가, 북한의 객관적 실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탄식하고 있다. 이 지침은 다음과 같은 4가지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순수한 국가 안보 역량이 정치화해 변질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 안보 역량은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행사함이 큰 특성 가운데 하나다. 국가 안보 역량은 오직 영토(영토·영해·영공),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순수한 국가 안보적인 목표만을 일관성 있게 추구해야 한다. 국가 안보 역량이 본래의 순수한 목표를 벗어나 정치인들의 비위에 맞추는 춤을 추면서 질적인 변화를 하면 그 안보 역량은 실전에서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 그래서 군의 정치적 중립이 강조되는 것이다. 우리의 대북 심리전 역량 메뉴에서 ‘김정은 언급 금지’는 안보 역량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변질되고 정치화함을 의미한다.

둘째, 심리전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는 적의 약점·치부를 정조준 공격하는 것이다. 우리의 주적(主敵)인 적장에 대해 북한군과 주민들이 그 실체를 정확하게 이해할 경우 북한의 내부 붕괴가 없으라는 법도 없다.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을 잔인하게 처형했고, 이복형 김정남을 백주에 독살했으며, 수많은 북한 주민 학살과 인권유린, 무고한 외국인 고문·살해 등 세계적으로 악독한 독재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김정은 정권은 치부 폭로가 두려워 사생결단 우리의 대북 심리전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북한의 허상적 평화 공세에 매료돼 김정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려 한다고 해서 군까지 따라 하면 그것은 이적행위요 우리의 안보 역량 훼손 행위다.

셋째, 우리의 대북 심리전 역량은 북핵(北核)에 버금가는 한국 우위의 비대칭 안보 역량이다. 북한에 비해 세계적인 IT산업 강국,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지구촌 제일의 고화질 스크린 화면, 메가톤급 확성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경쾌한 케이팝, 게다가 인간 삶의 생지옥 북한과, 자유와 생동감이 넘치는 한국 사회 비교 등 우리의 최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한 대북 심리전 역량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보검(寶劍) 같은 비대칭 안보 역량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비대칭 안보 역량인 핵미사일을 국제사회가 강력한 제재 압박을 가해도 눈 하나 깜빡 않고 티끌만큼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 개발·보유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는 털끝만큼도 없는데, 조건부 협상 한 번 없이 우리의 비대칭 안보 역량의 핵심 내용을 스스로 제거하는 것은 국가 안보 정책 농단이다.

마지막으로, 대북 심리전에서 적장의 약점 공격은 아군의 사기 진작에도 큰 의미가 있다. 수많은 북한 주민이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독재 체제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생생한 현실을 북한 군인과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대북 심리전은 북한군에게는 분노와 좌절감을, 그러한 방송들을 들으면서 생활하는 우리 군인들에게는 조국에 대한 강한 자긍심과 충성심을 고취시킨다. 잔악한 독재자 김정은의 실체를 생생하게 폭로하는 대북 방송은 국군의 적에 대한 정확한 이해 및 적개심 고취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김정은의 실체에 대한 폭로·비판을 뺀 대북 심리전은 공허한 목소리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