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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26일(月)
통신비 사회적 협의와 反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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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경제산업부 부장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지난 22일 회의를 끝으로 해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앞장서 교수 등 민간 전문가, 소비자·시민단체, 통신사·단말기제조사·알뜰통신·대리점, 국무조정실·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 부처 대표로 작년 11월 협의체를 꾸려 약 100일 동안 9차례 논의를 벌였다. 통신권을 인간다운 생활의 기초 공공재로 보고,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발상의 참신성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막상 종료되고 나니 아쉬움이 많다.

첫째, 통신비란 시장가격을 공론화 틀로 해결하려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다. 사회적 협의체를 경험해본 것은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 체결의 결과로 탄생한 노사정위원회가 처음이었다. 노사정위는 이후 2008년 금융위기 등 국가적 경제 파탄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도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정부가 심판 격으로 중재해 복수노조 등 의미 있는 합의안을 끌어냈다. 이런 긍정적 기억이 얼마 전 원전 건설 재개를 놓고 사회적 공론화 절차를 되풀이한 배경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통신비 같은 개별 시장가격도 사회적 대화란 포괄적 갈등 해결 양식에 적합한 안건인지 검증된 바는 없다. 이런 논란 속에 구성된 협의회는 예상대로 유의미한 결실을 보여주진 못했다.

둘째, 대화의 진정성이다. 통신비 정책협의회를 껍데기 기구로 깎아내리는 시선이 있었다.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대화했다’는 요식만 갖추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다. 협의회 최종 보고서가 국회 입법 참고자료로 제출되는 일정을 의식한 것이다. 특히, 통신사 측은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자신들을 들러리로 세운 게 아닌가 불신하고 있다. 어차피 답이 정해진 대화라면 성의있게 임하긴 어렵다.실제 8차 회의에서는 시민단체들이 통신사에서 성의 있는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간에 뛰쳐나가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통신사와 제조사 입장에선 아무리 등 떠밀려 들어온 회의라도 시장원리에 어긋난 약속은 함부로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들은 국경 없는 시장에서 경쟁 기업과 전쟁을 벌이는 글로벌 투사다. 내수시장에 정도 들고 뿌리 깊은 소속감도 있지만 무턱대고 고향 사랑을 외칠 순 없다.

물론 협의회에 전혀 성과가 없진 않다. 기본료나 보편요금제에서 합의를 보지 못했지만,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시장 자율로 올해부터 시행하자는 공감대는 형성했다. 그러나 근본적 한계가 있다. 값을 내리라는 시민과 버티는 기업의 양 당사자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심판 격인 전문가와 공무원 집단은 원론만 되풀이할 뿐 ‘화끈한’ 결론을 지을 수가 없었다. 억지로 시장에 개입해 불법·초법적인 행정력을 동원하거나 영향력을 발휘할 경우 정권이 바뀐 후 죄인으로 법정에 서는 예를 여러 번 봤기 때문이다. 또, 만에 하나 민간을 공무원 정책 추진의 들러리로 삼을 경우 다시는 공론의 장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부정적 학습효과만 주기 십상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명심해야 할 것은, 과도한 시장 규제는 더 큰 부작용을 낳는다는 사실이다.

nosr@
e-mail 노성열 기자 / 경제산업부 / 부장 노성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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