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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26일(月)
北정권, 마지막 기회 놓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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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北, 핵 개발로 체제 위기 자초
美는 군사적 행동 준비 중이고
中 제재로 장마당도 붕괴 위기

韓도 北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핵·미사일로 위협 전략은 착각
오히려 핵 포기해야 살아남아


북한 김정은에게도 진실의 순간이 왔다. 핵을 포기하느냐, 아니면 정권을 포함한 모든 것을 포기하느냐. 모든 걸 다 잡아보겠다고 발버둥을 쳐봐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정통성·정당성도 없지만, 더 이상 2500만 북한 주민을 끌고 나갈 수 없는 안보·경제 위기에 빠져버렸다. 역설적인 것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일가가 그토록 갈망해온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하는 순간 진짜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북한은 핵 도발로 ‘슈퍼 파워’ 미국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처지가 됐다. 지금 미 군부는 신중하지만, 치밀하게 무력 충돌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미군 전략 자산들이 여러 차례 북한 영공 안팎을 비행했다. 코피 작전? 실전 상황이 벌어질 때 미군이 초기에 정밀 타격할 목표물만 2000개가 넘는다. 북 전체가 초토화되지는 않겠지만, 김정은과 추종 세력은 확실하게 제거될 것이다. 이것이 김정은 정권이 마주한 안보 위기다.

북한은 ‘떠오르는 파워’라는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제재와 압박을 받게 됐다. 유일하게 숨통을 열어주던 중국의 ‘변심’으로 당장 평양 시내에 유가(油價)가 폭등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전국 400곳이 넘는다는 장마당이 흔들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최근 김정일 생일과 설날이 겹쳤는데도 북 정권은 변변한 배급을 못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미 공산주의 배급 경제는 몰락한 지 오래다.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을 통해 스스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까지 제재에 참여하면서 장마당에 물건이 돌지 않을 상황이 오고 있다고 한다. 먹고사는 문제다. 주민들의 분노는 곧바로 김정은을 향할 것이다. 이것이 북 정권이 처한 경제 위기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느닷없이 대남 평화 공세를 벌이는 것은 대단히 거북하지만, 이해는 할 수 있다. 궁지에 몰린 김정은이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돌파구로 삼은 것이다. 한국은 실제로 북한의 안보·경제에 생명줄이 될 수 있다. 마침 청와대에는 박근혜 정권보다는 상대하기 쉬워 보이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공식 회담에서 김정일을 ‘장군님’이라고 호칭하던 인물이, 지금도 미국 측에 “왜 북한이 핵을 가지면 안 되느냐”고 반문하는 인물이 포진해 있는 정권이다.

그러나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본다면 잘못 본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북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처럼 정권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한국 내에는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북한을 한 민족이 아니라, 못 살고 시대에 뒤떨어진 데다 협박이나 일삼는 불편한 이웃으로 간주하는 젊은이도 많다.

‘통일이 되면 외교는 북한 출신에게 맡겨보자’는 역설적 주장도 있다. 북한은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 1년 365일, 수십 년에 걸쳐 대외 전략·전술만 연구하게 했고, 최악의 여건에서 나름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경수로를 얻은 제네바 합의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대외 전략도 길을 잃은 것 같다. 워싱턴과 뉴욕을 타격하는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위협해 안보·경제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은 거대한 착각에 불과하다.

북 정권은 한·미를 흔들어 보기 위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예술단·응원단·개막식 대표단을 보냈지만, 실패했다. 세계 최고 대중문화를 만끽하는 한국인들에게 학예회 같은 공연이나 응원이 통할 리가 있겠는가. 김여정에 대한 관심은 독재자의 손녀이자, 딸이자, 동생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한국인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인지를 알고 싶을 뿐이다. 미국도 북과의 의례적인 악수가 아니라 비핵화 대화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북한이 그런 분위기를 깨닫고 김영철을 보낸 것이라면 주목할 만하다. 대남 정책을 총괄한다는 김영철이 비핵화 ‘논의’ 카드를 들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그와 상관없이 북 정권은 이제 핵 폐기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혹시라도 6자회담 같은 것으로 물타기 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낫다. 국제사회가 세 번, 네 번 속아주겠는가.

북한이 핵무기만 포기하면 독재자가 통치하든, 3대를 세습하든, 대부분의 나라는 큰 관심이 없다. 물론 북한 주민들 인권 문제에는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다. 김정은 정권에는 마지막 기회다.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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