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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27일(火)
大宇의 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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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자산 규모로 본 국내 기업 서열은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포스코가 1∼6위다. 그다음이 GS그룹인데 통계에 잡히지 않은 비공식 7위가 따로 있다. ‘대우(大宇)’다. 기업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기준으로 따져봤더니 대우그룹 해체 후에도 살아남은 옛 계열사 19곳의 자산 합계는 65조 원으로 GS보다 3조 원 이상 많았다. 1967년 대우실업으로 시작해 ‘세계경영’ 깃발을 들고 지구촌을 누빈 대우가 사실상 공중분해된 것이 1999년이다. 당시 재계 순위는 현대 다음, 삼성에 앞선 2위였고, 자동차·중공업·건설에서 전자·통신·증권에 이르기까지 37개 기업을 거느렸다.

20년 가까이 지나 수많은 계열사가 생존해 있는 것도 놀랍지만, 존재감 또한 남다르다. 최근 산업계의 최대 현안이 된 한국GM을 비롯해 구조조정과 매각의 기로에 선 대우조선해양·대우건설이 모두 대우의 유산이다. 공교롭게도 산업은행이 ‘부실 3형제’의 뒤치다꺼리를 떠맡았다. GM은 대우자동차 승용차 부문을 인수해 2002년 GM대우로 출범했다가 2011년 한국GM으로 간판을 바꿨다. 조선업 부실 책임에 경영비리까지 겹쳤던 대우조선해양은 여전히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 타깃이다. 한때 금호아시아나 품에 안겼던 대우건설은 이달 초 덩치에서 비교가 안 되는 호반건설에 매각 직전까지 갔다가 퇴짜 맞는 굴욕을 겪었다.

대우의 후신이 모두 불우한 건 아니다. 대우증권은 미래에셋과 합친 미래에셋대우로 업계 1위 위세를 자랑한다. ㈜대우에서 분리된 대우인터내셔널은 2010년 포스코대우로 변신한 이후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하는 등 대우의 종합상사 DNA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동부대우전자를 전격 인수한 대유그룹은 사명을 아예 ‘대우전자’로 온전히 되살렸다. 대우그룹은 사라졌지만, ‘탱크주의’를 앞세웠던 대우(DAEWOO) 브랜드는 동남아·중동 등 해외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높다. 현재 대우 브랜드 소유권을 갖고 있는 포스코대우는 매년 30억 원가량의 부수입을 거둔다고 한다.

대우 해체로 한국 기업사에서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는 깨졌다. 그러나 그 대마의 수족들은 필요에 따라 본적을 숨기거나 혹은 드러낸 채 끈질기게 버티며 각자도생하고 있다. 빛도 있지만 그림자가 더 짙어 보인다. 죽은 대우가 살아 있는 한국경제를 붙들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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