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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27일(火)
사법부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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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김명수(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 취임 이후 일정한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는 특정 집단이 법원의 중요 보직을 빠르게 장악해 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전임 대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무려 13기나 낮은 춘천지방법원장을 일약 대법원장에 발탁했을 때부터 이런 미래는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김 대법원장은 최근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장을 지낸 민중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 앉혔다. 민 지법원장은 보수·중도 성향의 엘리트 법관들이 법원행정처와 서울중앙지법 중요 보직에서 밀려나는 계기로 활용된 블랙리스트 사건 2차 조사위원장으로 김 대법원장에 의해 임명된 바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의 원흉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 주요 보직도 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로 채워졌다. 사법부 인사 실무를 총괄하는 핵심 보직인 인사총괄심의관에 지난해 임명된 김영훈 서울고법 판사도 이 연구회 회원이다. 최근 임명된 김흥준 윤리감사관과 김도균 윤리감사기획심의관은 각각 우리법·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박진웅 공보관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1·2 심의관인 김용희·강지웅 판사도 인권법연구회 소속이며, 송오섭 사법지원심의관도 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법원행정처가 악의 소굴인 것처럼 몰아치더니 정작 주요 보직은 자신들이 차지했다. 사법부 주도세력 교체를 위해 법원 블랙리스트 논란을 만들고 과장했다는 의심이 드는 이유다.

이달 13일 법관 정기 인사에서도 예상대로 인권법연구회를 주도하던 판사들이 요직에 발령 났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정국을 주도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인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로 들어왔다. 이재용 항소심·원세훈 1심·김관진 구속적부심을 담당한 동료 판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던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공중부양’ 사건 1심 재판 때 무죄 판결을 내렸던 이동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를 요구하며 사직 의사를 표명했던 최한돈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인권법연구회 간사로 활동했던 김형연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주목하게 된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들어갔다. 현직 검사도 그만둔 지 1년이 지나지 않으면 청와대 근무가 법으로 금지돼 있는데, 하물며 삼권분립의 한 축인 판사가 사표를 낸 지 이틀 만에 청와대에 둥지를 틀었다. 박근혜·이명박 정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난리를 쳤을 그들이지만 조용했다. 얼마 전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규칙안이 의결되고 법원장의 권한이던 법관의 사무행정분담을 판사들이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도록 하면서 ‘민주적 사법행정 구현의 첫걸음’으로 칭송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법관회의도 인권법연구회 출신들이 장악하고 논의를 주도할 공산이 커 법원의 코드화·정치화는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사법부의 사법화(私法化)가 우려된다.

sdgim@
e-mail 김세동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세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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