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실패한 패잔병”… 다시 퍼지는 ‘천안함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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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범’김영철 訪南에 확산
“北소행 아니란 증거 있다
유족들 돈 받았냐”악플에
靑게시판엔 재조사 청원도
“北 동조 스톡홀름 증후군”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25~27일)을 계기로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한 유언비어성 ‘괴담’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을 중심으로 다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특히 천안함 사건 책임을 부정하는 북한 측 주장에 동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순국 장병을 폄훼하는 자극적인 게시글까지 난무하는 등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7일 오전 9시 8분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천안함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재조사를 청원한다(지난 22일 게재)’ 게시글에는 4만1601명이 동의를 표했다. 이 게시글 외에도 천안함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은 현재까지 200여 건에 이르고 있다.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천안함 사건은 북한 짓이 아니라는 결정적 증거가 나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진행된 조사 결과는 믿을 수 없다”며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순국 장병과 유족들을 모욕하는 게시글도 쉽게 발견된다. “천안함 장병들은 경계에 실패한 패잔병이다” “용사라는 표현도 격에 맞지 않는다” “유족들은 왜 2014년에는 항의하지 않았느냐. 돈 받았느냐” 등의 댓글까지 달렸다.

김태우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1200t짜리 군함이 저절로 가라앉았겠는가. 우리 군함에 어뢰 공격을 가할 동기를 갖는 집단이 북한 외에 또 있을 수 없다”며 “어뢰 공격이 있었고, 그것이 북한제 어뢰라는 것까지 확인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은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고질적 진영싸움 때문”이라며 “진영싸움이 격해지다 보니 팩트와 다른 주장과 언어도단에 불과한 음모론·궤변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한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유언비어를 유포한 다른 사람들은 처벌받지 않았다”며 “아무 조치가 없다 보니 죄의식 없이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원장은 “마치 나라 전체가 스톡홀름 증후군(공포심으로 인해 극한 상황을 유발한 대상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현상)에 빠진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2010년 5월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은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통일부도 지난 23일 ‘천안함 폭침은 북한이 일으켰다’고 확인했다.

반면 지난해 6월 참여연대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재조사하고 조사 주체에 북한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진실규명을 위한 범시민사회협의체 준비위원회’도 24일 성명을 내고 재조사를 촉구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