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순·유종남 두 지사 68년 만에 ‘나란히 건국훈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주사범 고용원 황용순 선생과 학생 유종남 선생의 항일 독립운동 행적이 기록된 1944년 11월 27일 전주지방법원 판결문.

일제말 함께 독립운동 → 6·25 참전 → 같은 날 戰死…

보훈처, 제99주년 3·1절 맞아
차인재 선생 등 有功 50명 포상

일제 말 함께 항일독립운동을 하다 같이 옥고를 치르고, 6·25전쟁에 함께 참전해 같은 날 순국한 두 애국지사가 서거 68년 만에 같은 날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는다.

국가보훈처는 제99주년 3·1절을 맞아 애국지사 황용순·유종남 선생과 국내 및 미주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던 여성 독립운동가 차인재 선생 등 독립유공자 50명을 포상한다고 27일 밝혔다.

보훈처 관계자는 황용순·유종남 선생 포상과 관련해 “일제 말 엄혹한 시기에 21세(황용순), 18세(유종남)의 젊은 나이에 독립운동에 투신했다”며 “이들의 나라사랑 정신은 광복 후 정부수립 뒤에도 이어져 6·25전쟁에 동반 참전해 같은 날 전사·순국한 보기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전북 전주 출신인 황 선생과 전남 담양 출신인 유 선생은 1943년 8월부터 1944년 2월까지 전북 전주에서 각각 전주사범학교 고용원과 학생으로 만나 독립운동을 논의하는 것은 물론 주변에 민족의식을 고취했다. 1944년 일제는 판결문에서 “내선차별에 불만을 품고 일본인에 반감이 커진 유종남은 1943년 7월경 전주사범 고용원인 황용순과 서로 알게 됐고, 황용순은 유종남에게 감화를 받아 민족의식에 눈을 떠 끝내 조선의 독립을 학수고대하게 됐다”고 기록했다. 황 선생은 징역 1년, 유 선생은 징역 단기 1년·장기 3년을 선고받았다. 그동안 잊어졌던 두 애국지사는 뒤늦게 독립운동 수형기록 등이 발굴되면서 포상 명단에 포함됐다. 6·25전쟁 전사확인 제적부에는 두 애국지사가 ‘1950년 8월 13일 ○○전투지구에서 전사(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번에 애족장이 추서된 차인재 선생은 지난해 남편 임치호 선생에 이어 부부가 나란히 애족장을 받게 됐다. 차 선생은 3·1운동 직후 국내에서 비밀결사에 소속돼 임시정부에서 보낸 선전문건을 배포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도 독립운동 단체의 간부로 활동하며 독립운동 자금을 후원했다. 남편 임 선생도 미주에서 대한인국민회 로스앤젤레스지방회 회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임시정부 등에 지속적으로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한 공로로 지난해 애족장이 추서된 바 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