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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28일(水)
美 총기사망 3만3000명의 60%가 자살… 집단난사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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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윤·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지윤·제임스 김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 (13) 美 총기사건의 실상과 NRA

작년 총기사망건 5만2502건
묻지마 집단총격 범죄 307건

10대들 ‘#MeNext?’운동 확산
총기규제 찬성여론 70%로 증가

문제는 NRA의 강한 로비능력
정치후원금은 100만달러 불과
‘총=가족수호’이미지 부각시켜
여론·정치인에 영향력 행사



‘#MeNext?’

지난 14일, 플로리다주 파클랜드에 위치한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또다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인해 17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스마트폰으로 급박했던 상황을 찍은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큰 충격을 주었다. 벌써 학교에서 일어나는 총기사고만 몇 번째인지. 충격적이었던 2012년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계속 반복되는 일이었다. 그 와중에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총기사건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응책도 세우지 않는 어른들을 향해 미국 십대가 일갈하기 시작한 것이다. SNS를 통해.

성폭력을 당한 피해 여성들이 하나둘씩 자신도 피해 경험이 있다는 뜻의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면서 시작된 미투 운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MeNext?’운동이다. 뉴욕에 살고 있는 여학생인 바이올렛 메시 베레카가 시작한 이 운동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백악관 앞과 플로리다주 법원 앞에서 시위를 주도하면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두려운 감정과 분노를 솔직히 표현하며 외쳤다. “다음은 내 차례인가요?”

미국에서 벌어지는 총기 사고는 이제 새로운 뉴스거리도 아니다. 잊을 만하면 학교, 쇼핑몰, 콘서트장에서 총기 난사사고가 벌어지고 있다. 그때마다 정치인들은 각자의 입장을 고수한다. 보수 성향을 가진 이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벌이는 테러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진보적 성향을 가진 이들은 정부가 나서서 강력한 규제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6년,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법안으로 통과시키려다 실패했던 총기규제를 행정명령으로 대신해 만들어 놓은 바 있다. 주요 골자는 총기 구입자의 정신병력에 대한 조회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 행정명령은 공화당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취임하자마자 철폐됐다. 총기와 관련된 이슈는 이제 매우 민감한 정치성향을 가름 짓는 이슈가 됐다.



총기사고 통계 뜯어보기-상반된 주장들

지난해 출간된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6년 미국인 10만 명당 12명이 총기로 인해 사망했고, 매년 미국에서는 3만3000명이 총기와 관련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의하면 강력범죄로 인한 사망 중 총기로 인한 사망이 미국의 경우 여타 OECD 국가들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총기로 인한 사망 건수를 기록해 놓는 ‘총기폭력 기록보관소(Gun Violence Archive)’의 자료에 의하면, 2017년 미국에서는 총 5만2502건의 총기 사고가 있었고 이로 인해 무려 1만3186명이 목숨을 잃었다. 총기로 인한 사망의 60퍼센트는 사실 자살이 차지하고 있다. 총기 소지 규제가 느슨한 편이다 보니 총을 사용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가 많게 마련이고, 안타깝게도 총기를 사용한 자살시도는 다른 방법보다 성공률이 월등히 높은 편이다. 그리고, 총기 사망 중 약 35퍼센트 이상이 총기를 사용한 살인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중에는 우발적 사고와 의도적 살해가 섞여 있을 것이다. 큰 뉴스거리가 되는 집단 총기 사건의 경우는 오히려 2퍼센트 정도에 그친다. 그럼에도 2017년 약 307건의 집단 총기 사건이 있었다.

그 사이 흥미로운 데이터를 접하게 됐다. 버지니아에 위치한 범죄예방연구센터(Crime Prevention Research Center)에서 나온 자료인데, 이 센터는 꽤 유명한 경제학자인 존 로트(John R. Lott Jr.)가 세운 연구단체이다. 여기서 그와 그의 동료들은 총기범죄와 관련된 데이터 분석을 한다. 이곳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5년 사이 인구 100만 명당 집단 총기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노르웨이’였다. 그 뒤를 세르비아와 프랑스가 잇고 있었고, 말 많은 미국은 1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놀라는 이가 많을 것이다. 소박하면서 행복한 삶을 대표하는 스칸디나비아의 노르웨이 아니었던가?

노르웨이의 인구는 500만 명이 조금 넘는 반면 미국은 3억 명이 넘는 인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집단 총기 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수를 절대수치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원래 사람 많은 곳에 사고도 많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 간 비교를 할 때에는 절대값이 아닌 비율을 종종 이용해서 분석하곤 한다. 그러한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인구에 비해 집단 총기 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아닌 셈이다. 로트는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의 학자이고 그의 이러한 통계 결과는 보수매체와 총기소지를 지지하는 집단에 의해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의 정치적 성향은 그렇다 치고, 결국 미국은 총기로 인한 문제가 큰 사회는 아니란 말인가? 깨끗하고 민주적이며 안전한 겨울왕국을 떠올리는 노르웨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통계적 방식은 맞지만, 미국이 총기로부터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으로 발전시키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먼저 노르웨이가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한 이유는 2011년 7월 노르웨이의 우토야 섬에서 있었던 브레이빅이라는 극우 테러리스트에 의한 학살에 가까운 사건 때문이다. 당시 브레이빅은 무려 67명의 청년의 목숨을 앗아갔다. 2009년부터 2015년 사이 노르웨이에서 단 한 번 있었던 집단 총격 사건이었다. 이 사건 하나로 노르웨이가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물론, 2015년 초 샤를리 에브도 테러부터 시작해 연말에는 130명이 사망한 파리 연쇄 테러까지 겪어야 했던 인구 6500만 명의 프랑스는 ‘비율’로 보았을 때 세계에서 세 번째로 집단 총격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국가로 선정돼 버렸다. 그렇게 따졌을 때, 비록 횟수는 많았지만 전체 인구를 생각한다면 미국이 전 세계에서 집단 총격 사건으로 인해 가장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국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통계에는 언제나 아웃라이어(outlier)라는 변칙적 수치가 있기 마련이고, 이런 아웃라이어는 분모의 값이 작을수록 더 영향력이 커진다. 그런 의미에서 고개를 갸우뚱할 수는 있다. 어찌 됐든, 원칙적으로 로트 박사의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다.

문제는, 앞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미국에서 일어나는 총기로 인한 사망에서 집단 총격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팔려나가는 많은 총기는 집단 총격 사건보다는 자살용이나 우발적 사건, 때때로 개인적 살인에 사용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사건이 벌어졌을 때 대중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 때문에 집단 총격 사건에 사용된 반자동소총이니 범프스톡이니 논하고 있지만, 실제 보도되지 않고 넘어가는 수많은 사망사고에 총기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률로 OECD 국가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가 엄격하게 총기규제를 하는 것에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다.



NRA와 민주주의

미국에서 큰 총기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체가 있다. 전미총기협회(National Rifles Association)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내 가장 막강한 로비 단체이자 이익단체. 막대한 금액의 정치 기부금을 손에 쥐고 워싱턴 정가를 흔드는 집단. 수많은 인명이 총기로 인해 희생돼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집단. 대충 이런 방향으로 묘사되고 있는 협회이다.

그런데, 이 모든 스토리가 진실일까. 이익단체의 정치활동과 관련된 기부금이나 정치 후원금에 관련된 자료를 공개하는 오픈 시크릿에 의하면, 선거가 있었던 2016년 NRA의 정치 기부금은 100만 달러가 조금 넘는 액수였다. 로비에 썼던 금액은 이보다 많은 310만 달러 정도였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워싱턴 정가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하기 위한 액수로는 조금 적어 보인다. 막말로 공화당 의원들한테만 후원금을 지급한다 하더라도 평균 4000달러가 채 안 되는 것이다. 물론, NRA의 돈을 받는 의원들은 공화당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민주당에도 있다. 또한 공화당 의원이라고 해서 모두 NRA로부터 후원금을 받을 수도 없다.

NRA의 절친이자 두둑한 후원금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 정치인 중 텍사스주 출신 연방 상원의원인 존 코닌의 경우, 2014년 NRA로부터 9900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 달러에 가까운 돈이니 적은 건 아니다. 하지만 코닌은 2014년 총 1400만 달러의 정치 후원금을 거둬들인 정치인이다. 텍사스주 출신답게 현 국무부 장관인 렉스 틸러슨이 CEO로 있었던 엑손으로부터만 5만7000달러를 후원받았다. 이쯤 되면, NRA의 로비와 후원금으로 인해 총기규제법안이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NRA는 정치인을 직접적으로 후원하는 방식 외에도 간접적으로도 후원해주고 있다. 선거철 총기 소지의 자유를 선전하는 광고를 묘하게 정치인들과 엮어서 내보냄으로써 특정인을 선전해주고 반대편에 있는 후보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렇게 정치권과 이익단체의 공조를 통해서만 총기 소지와 관련된 이해관계의 고리가 유지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분명히, 그 외의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의 핵심은 미국의 특별한 총기 문화와 이를 잘 이용해서 풀뿌리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NRA의 전략에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은 느슨하게 이어진 13개 주로 시작한 국가이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이민자들과 서부로 향하는 개척자들이 모여 살던, 기회의 땅인 동시에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무법천지에서 모든 것을 ‘내’가 해결해야 하는 초기 시절을 거쳤다. 공권력이 구비되지 못한 곳이 많았던 탓에,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 많은 이는 당연히 총을 들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자랑스러운 역사로 남아 있다.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예전 서부 영화에서 그 많은 총잡이는 얼마나 영웅으로 그려졌던가.

NRA는 이러한 미국인들의 총기에 대한 인식을 잘 파고들어 갔다. 이른바 풀뿌리 운동을 통해 구역마다 동호회를 만들고 착한 총잡이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건장하고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가장, 가족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총기 사용방법을 배우는 든든한 아빠, 정당방위를 위해서 총기를 사용하는 책임감 있는 시민. 이러한 이미지를 그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보수 성향을 가진 정치 유권자 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했다. 많은 공화당 의원이 총기 소지에 관한 규제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NRA로부터 받는 정치후원금 때문이 아니다. NRA가 조직해 놓은 이 유권자 집단 때문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총기 규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 집단 총격 사건으로 인해 논쟁이 됐던 반자동소총을 자동소총으로 변환시키는 범프스톡에 대한 규제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범프스톡을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구매자의 연령 기준을 높이고 신원조회를 좀 더 철저히 한다는, 우리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에는 미온책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조차도 NRA는 반대하고 나섰다.

학생들이 나선 ‘#MeNext?’운동으로 인해 미국 내 여론에 변화가 있다는 뉴스가 계속 들린다. 실제로 총기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무려 70퍼센트로 증가했다는 CNN 조사가 있었다. 늘 찬반이 백중세였고 대량 총기사고가 있으면 오히려 총기 판매량이 급증했던 이전과는 좀 달라 보이긴 한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앞으로 석 달 정도 후 어떤 규제법안이 마련되는가에 달려 있다. 58명이나 되는 사망자가 나왔음에도 그 어떤 규제 없이 지나갔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러한 운동에도 유통기한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2018년 2월 7일자 28면 12 회 참조)

김지윤·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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