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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His Story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28일(水)
“미술관도 무한경쟁 돌입… 팔릴 것 만드는 마케팅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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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효준 서울시립미술관장이 참여프로그램의 하나로 관람객들의 생각과 느낌, 바람 등을 써서 부착한 게시판 앞에서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美 MBA 출신’ 최효준 서울시립미술관장

“콘텐츠 생산 중요하지만
관람객 스스로 찾아오도록
향유·소비에도 더 관심둬야

작가와 대화하는‘런치박스’
‘미수다’등도 마케팅 일환

미술관서 소통할 수 있게
지역주민의 사랑방 됐으면”

“블록버스터 전시 위해서는
기획은 미술관서 진행하고
재정은 외부참여 허용해야

올 개관 30주년 소장품전
디지털시대 초점 맞출 것

경제학자·환경운동가 등
함께 참여 집단기획 도입”


지난해 2월 최효준(66) 서울시립미술관장 취임 당시 공개된 프로필에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다. 경력 사항에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 관장의 취임은 미술관 관장은 당연히 미술을 전공했을 것이라는 우리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 같은 전공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취임 일성이‘마케팅’이었다. 당시 최 관장은 “전시를 보러 오지 않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면 미술관도 일종의 마케팅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최 관장 취임 후 꼬박 1년이 지났다. 어떤 변화가 서울시립미술관에 일어났을까.

가장 궁금한 게 MBA 과정을 밟으며 터득한 마케팅 실무경험이 미술관 운영에 어떻게 반영됐느냐는 것이다. 우선 그는 마케팅의 당위성부터 설명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미술관이니까 비영리 기관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비경쟁 기관은 아니라는 거죠. 이제는 문화예술기관도 무한 경쟁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요새는 손바닥 안의 모바일 기계를 통해 수많은 문화 관련 콘텐츠를 접할 수 있어요. 미술도 마찬가지인데 일부러 미술관을 찾아 정신노동에 육체노동까지 하는 것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얘기죠. 제가 마케팅을 언급한 것은 콘텐츠 생산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향수하느냐, 그것을 어떻게 소비하고, 수요하느냐 하는 측면에 더 방점을 찍었기 때문에 한 얘기입니다.”

미술관도 마케팅 대상이라는 그의 생각은 취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최 관장은 취임 당시에도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미술관이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과도 경쟁해야 한다고 했다”며 “제 발로 걸어 나와서 전시를 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리고 1년, 마케팅 마인드에 의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나 서비스 개선이 있었는지 물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소통을 강조했다.

“서소문 본관에서 우선 뮤직+뮤지엄나이트, 콘서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점심시간에 작가와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예술가의 런치박스’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고요. 남서울미술관에서는 ‘미술에 관한 수다’인 ‘미수다’ 같은 프로그램도 선보였습니다. 미술관에서의 그 같은 체험을 통해 관람객들이 ‘미술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나한테도 미술이 이런 감동을 줄 수 있구나’하는 체험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최 관장은 지난 1월과 2월 연속으로 도슨트(docent·안내인) 프로그램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그는 “적절한 난이도나 진행 속도를 체크하며 어떻게 하면 관람객들이 더 작품을 쉽게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지를 직접 체감해 보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마케팅 용어로 말하자면 ‘시장조사’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최 관장은 평소 ‘마음을 가진 미술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미술관’ ‘기분 좋은 휴식 장소로서의 미술관’ 등의 표현을 자주 쓴다. 미술관에 대한 지론 역시 그 같은 소통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미술관이 기관이고 시설이니 사람의 향취가 없는 곳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 일하는 주체가 사람이니까, 미술관과 이를 소비하고 향수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소통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자는 취지에서 생각해낸 미션입니다. 미술관이 시민과 지역주민의 사랑방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최 관장의 전공 때문인지 마케팅 외의 미술 콘텐츠적인 측면에서 그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MBA 과정을 마친 후 귀국해 그는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고, 경기도미술관 관장 등을 지낸 미술 분야 전문가다. 지난 2015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공모에서 최종 후보자에 올랐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낙마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전시 콘텐츠에 대한 그의 견해도 명확했다. 우선 그는 지난해 봄 ‘까르티에 재단의 소장품 전시’를 가장 성공적인 전시로 꼽았다. 당시 관람객만 25만 명 정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시 콘텐츠에 대한 그의 견해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른바 흥행을 위해 기획되는 ‘블록버스터(blockbuster) 전시’에 대한 생각이다.

“미술관에서의 블록버스터 전시를 결코 반대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기획을 완전히 외부 기획사에 맡기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 미술관에 필요한 내부 역량이 키워지지 못해요. 서울시립미술관 정도 되면 국제 규모의 큰 전시를 기획하고 미술관, 컬렉터들에게 작품을 빌려서 콘셉트를 잡고 전시를 만들어 그것을 순회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공동기획이 합당하다고 봅니다. 전시기획은 주체적·주도적으로 미술관에서 하고, 투자 유치 등 재정적인 측면은 외부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입니다. 우리 미술관 관람객들에게 맞는 전시를 선보이려면 미술관이 중심이 돼 전시기획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시 콘텐츠에 대한 그의 구상은 올해 전시계획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이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작가들을 재조명하는 기획전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올해 전시할 작가로 프랑스에서 작업하다 작고한 한묵(1914~2016) 화백을 선택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발표는 화단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중에게 한국 근현대미술 하면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정도만 언급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한묵 화백에 대한 조명은 한국 미술사를 풍성하게 해줄 수 있다.

또 그는 서울시립미술관 개관 30주년 전으로 ‘소장품 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계획도 밝혔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올림픽을 위해 태어난 미술관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문화올림픽 프로그램을 개최할 공간이 필요해 1988년 서울고가 있던 경희궁공원 터에 문을 열었다. 현재의 위치로는 2002년에 옮겼다.

소장품 전은 특히 16년 만에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으로 복귀한 그에게는 감회가 새로운 전시다. 16년 전 당시 그는 옛 서울고 자리에 있던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과장이었고, 대법원 자리였던 지금의 위치에 미술관을 신축하고 옮길 때 이사 과정을 현장 실무자로 지휘했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굉장히 큰일’을 당시에 치렀다.

“내용상 미술관에서 보관해온 주요 소장품으로 기획하되 디지털 환경 변화에 초점을 둔 구성으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북서울미술관에서 게임 세계라든지 뉴스, 첨단 매체를 다루려고 합니다. 또 동시대 미술에서 원형의 의미를 재해석하자는 의미에서 ‘씨실과 날실의 만남’ ‘잃어버린 세계 : 자연에 대한 태도’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서울미술관에서는 ‘예술가(없는) 초상’전도 열립니다.”

2년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미디어시티 비엔날레’에 대해서도 최 관장은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미디어’라는 비엔날레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 미디어시티 비엔날레에서는 그동안 실험성 있는 작품들이 중점적으로 전시돼 미술 비전문가들로부터는 호응을 얻지 못했다.

“미디어시티 비엔날레도 16년 전 제가 서울시립미술관에 근무할 때 만들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미디어아트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행사였죠. 근자에 와서는 꼭 미디어아트에 국한되지 않는 변화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비엔날레여서 실험성 있는 미술을 다루다 보니 대중성이 좀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심지어 ‘자기들만의 리그다’라는 얘기까지 있었죠. 그걸 대중적으로 풀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 제가 의식하고 있는 화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깊고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주제지만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최 관장은 그에 대한 대안으로 집단기획 체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거기에는 미술 전시기획을 해보지 않은 경제학자도 있고 환경운동가도 포함된다. 그들이 6인 체제로 공동감독을 맡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경제학자들이 의외로 예술 문화에 대한 소양이 깊어요. 좋은 삶, 새로운 인간상, 이런 것들을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나 조건이 너무나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기하급수적이어서 도저히 변화의 깊이나 폭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태로 가고 있어요. 특히 생태 분야, 기술 분야에서 조건들이 너무 급변해 그걸 전문적으로 알고 있는 경제학자나 환경전문가분들이 전시에 참여해 변화의 본질을 얘기하고, 이를 어떻게 예술의 언어로 풀어볼 수 있는지 같이 고민해서 함께 만들어 보자는 것이죠. 이제는 집단지성이 중요합니다. 학자들의 전유물이었던 학문을 단순히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가슴으로 알고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까지 가는, 그런 목표치를 설정하고 함께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는 인터뷰 중에 세일즈와 마케팅의 차이점을 이렇게 규정했다. “세일즈가 만든 것을 파는 것이라면, 마케팅은 팔릴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술관 운영에서 역시 중요한 것은 관람객을 위한 수용성 개선보다 좋은 작품을 선별해 전시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비록 마케팅을 전공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해 미술관장에 이르렀지만 ‘파는 것’보다는 ‘팔릴 것’을 중요시하는 그에게 아직도 많은 사람이 기대를 걸고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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