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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A U.S. View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28일(水)
‘포스트 평창’ 냉엄한 현실 직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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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김영철 방남 규탄 시위를 하는 천안함 유가족들. 연합뉴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David Straub

① 비핵화 협상 가능성 커졌나
② 한·미 공조 더 강고해졌는가
③ 남남 갈등은 약해지고 있나

文정부 세가지 질문에 답해야
미·북 상호 이해부족은 헛걱정
‘기본 가정’부터 재점검할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북한 문제의 진전 계기로 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다. 문제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보고 올바르게 접근하느냐에 있다. 올림픽이 끝난 만큼 문 정부는 스스로 3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우선,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올 가능성이 커졌는가? 문 정부가 비핵화 얘기를 꺼낼 때 북한은 반발하거나, 아니면 전혀 반응하지 않는 식으로 대했다고 한다. 그래서 문 정부의 초점은 미국과 북한의 협상을 진작시키는 쪽에 맞춰졌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북한 김여정의 청와대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불과 2시간 전에 북측은 갑작스레 약속을 취소해버렸다. 아마 펜스 부통령으로부터 비핵화 주문을 받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지난 25일 청와대는 문 대통령-김영철 회동 브리핑에서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북한이 비핵화 문제에 대해 논의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그간 문 대통령은 북한과 협상을 하더라도 제재와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해(害)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이 비핵화보다는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진전에 집중한다면,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대북 제재 이행 강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문 정부는 레토릭으로는 대북 제재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미국이 제재를 준비하고 실행할 때 실제론 별다른 협력을 하지 않았다.

둘째, 한·미 양국의 대북 공조는 강화됐는가? 문 대통령은 한·미 관계가 지금보다 더 좋았던 적이 없다고 말한다. 지난 40여 년간 외교 현장에서 한·미 동맹을 지켜보면서, ‘북한이 평창올림픽 메시지를 하이재킹(hijacking)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방한한다’는 펜스 부통령의 발언보다 더 이상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없다. 물론 북한의 올림픽 동참은, 문 대통령이 그들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방한 중 펜스 부통령은 북한의 인권 참상을 고발하기 위해 탈북자들을 만나고, 북한의 지도부가 한국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세계 각국에 환기시키기 위해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했다.

거기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천안함을 폭침해 46명의 한국 해군을 전사하게 만든 책임자 중의 한 명인 김영철을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가 북한대표단장으로 파견하는 것이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막식 날 디너 헤드 테이블에 북한의 명목상 최고지도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펜스 부통령이 함께 앉도록 했다. 펜스 부통령은 김영남과 함께 앉거나 아니면, 헤드 테이블이 아닌 옆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느 경우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펜스 부통령은 동맹국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미국 선수단과의 선약을 이유로 대며 디너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펜스 부통령이 방한 기간에 북측 인사들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언질을 준 상황에서 북한은 회동을 취소해버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북한과의 회동을 촉구했던 문 정부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을까.

셋째, 남남(南南) 갈등은 약화됐는가? 이 문제는 한국 내부의 일이지만, 그 갈등은 미국의 이해(利害)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서 북한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없는 한, 미국은 한국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현저하게 바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또한 북한 지도자들이 한국의 대북정책 지속성이 견고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 갈등을 심화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평양이 평창올림픽에 소수의 선수단만 보낸 게 아니라 대규모 공연단과 응원단을 보낸 것인데, 모두 한국인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결국 폐막식엔 김영철까지 파견한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의 보수파뿐만 아니라 중도 성향의 인사들, 그리고 젊은 세대는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이 된 것 같다는 감정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 밖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평양올림픽 논란 관련 영어 글이 1000여 개나 검색된다.

문 정부는 미국과 북한이 상호 적대적이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협상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추측하는 게 분명한 듯하다. 그래서 미국과 북한을 같은 방에 있게 한다면, 서로 관심이 생기고,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인은 물론 북한 사람도 어린아이가 아니다. 문제는 미국과 북한 사람이 서로 이해를 못 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이 서로를 너무나 잘 안다는 데 있다. 지난 10여 년간 북한의 외교관들은 미국인들에게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때마다 미국인들은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대답해왔다. 최근의 일들을 되돌아보면, 문 정부는 대북 정책에 대한 기본 가정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핵에 대한 전략적 계산을 바꾸기 전에 미국이 북한과 전면적 협상에 나서면, 그 결과는 아주 나쁠 것이다. 궁극적으로 상황을 심각하게 악화시키게 된다. 문 정부는 이런 사실부터 깨달아야 한다.
필자는 1976년 미 국무부에 들어가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참사관, 한국과장 등을 역임한 뒤 2006년 퇴직, 한·미 관계 연구를 계속 중이다. 저서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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