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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인구 기자의 컬처 톡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28일(水)
김수영·기형도의 복원에서 찾는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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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인인 김수영, 기형도와 관련해 눈에 띄는 작품이 지난 이틀간 잇달아 출간됐습니다. 참여와 저항의 시인 김수영의 시 전집과 기형도의 연세대 동기이자 소설가인 김태연 작가가 쓴 ‘기형도를 잃고 나는 쓰네’입니다.

김수영과 기형도는 짧은 삶을 살았고, 그 탓에 작품집도 제대로 펴내지 못했지만, 우리 곁에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유족과 지인, 후대 연구자들이 꼼꼼하게 자료를 수집하고 창작자의 애초 의도를 최대한 정확하게 밝혀내려 땀 흘린 결과죠. 이 점에서 원작자의 사후 발간되는 전집류는 자료의 수집과 복원, 편집자의 시각과 태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어느 판본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의미하는 바가 180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창작자와 유작, 그것을 분석하는 후대 연구자 사이엔 어쩔 수 없는 시간의 벽이 존재합니다. 세월이 지나고 그에 대한 기억마저 희미해지면서 종종 오류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작품의 복원과 해석은 창작자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편집자의 균형 잡힌 시각하에 비로소 제대로 완성될 수 있습니다.

이는 비단 문학 연구에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겁니다. 한 여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가 이어진 지 한 달. 문화 각 분야에서 가해자로 밝혀진 인물만 20명이 넘습니다.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 더욱 화나게 하는 건 고발된 인물들의 반응입니다. 누군가는 시인하지만 침묵하고 회피하거나 부인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시인하는 쪽이야 그렇다 치고 침묵하거나 부인하는 쪽은 한 톨의 죄의식도 없는 상황에서 이미 그것을 깡그리 잊었거나, 혹은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스스로 정당화하기 때문일 겁니다.

수십 년 전의 끔찍한 악몽을 끄집어내야 하는 ‘미투’에서도 문학 작품을 복원하는 편집자의 그것처럼 진지한 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잠재적 피해자는 부끄럽다고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세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어물쩍 넘기려고 하지 마세요. 2년 전 ‘문단 내 성폭력’ 이슈가 이런저런 이유로 수면 아래로 쏙 가라앉았던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합니다. 정확하게 복원하고 법·제도적으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하며 주변 사람들은 이를 편견 없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낡고 바랜 원고 앞에서 고뇌하는 편집자의 마음으로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 됩니다.

clark@
e-mail 김인구 기자 / 문화부 / 차장 김인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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