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11.18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김인구 기자의 컬처 톡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28일(水)
김수영·기형도의 복원에서 찾는 ‘미투’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인인 김수영, 기형도와 관련해 눈에 띄는 작품이 지난 이틀간 잇달아 출간됐습니다. 참여와 저항의 시인 김수영의 시 전집과 기형도의 연세대 동기이자 소설가인 김태연 작가가 쓴 ‘기형도를 잃고 나는 쓰네’입니다.

김수영과 기형도는 짧은 삶을 살았고, 그 탓에 작품집도 제대로 펴내지 못했지만, 우리 곁에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유족과 지인, 후대 연구자들이 꼼꼼하게 자료를 수집하고 창작자의 애초 의도를 최대한 정확하게 밝혀내려 땀 흘린 결과죠. 이 점에서 원작자의 사후 발간되는 전집류는 자료의 수집과 복원, 편집자의 시각과 태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어느 판본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의미하는 바가 180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창작자와 유작, 그것을 분석하는 후대 연구자 사이엔 어쩔 수 없는 시간의 벽이 존재합니다. 세월이 지나고 그에 대한 기억마저 희미해지면서 종종 오류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작품의 복원과 해석은 창작자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편집자의 균형 잡힌 시각하에 비로소 제대로 완성될 수 있습니다.

이는 비단 문학 연구에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겁니다. 한 여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가 이어진 지 한 달. 문화 각 분야에서 가해자로 밝혀진 인물만 20명이 넘습니다.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 더욱 화나게 하는 건 고발된 인물들의 반응입니다. 누군가는 시인하지만 침묵하고 회피하거나 부인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시인하는 쪽이야 그렇다 치고 침묵하거나 부인하는 쪽은 한 톨의 죄의식도 없는 상황에서 이미 그것을 깡그리 잊었거나, 혹은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스스로 정당화하기 때문일 겁니다.

수십 년 전의 끔찍한 악몽을 끄집어내야 하는 ‘미투’에서도 문학 작품을 복원하는 편집자의 그것처럼 진지한 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잠재적 피해자는 부끄럽다고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세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어물쩍 넘기려고 하지 마세요. 2년 전 ‘문단 내 성폭력’ 이슈가 이런저런 이유로 수면 아래로 쏙 가라앉았던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합니다. 정확하게 복원하고 법·제도적으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하며 주변 사람들은 이를 편견 없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낡고 바랜 원고 앞에서 고뇌하는 편집자의 마음으로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 됩니다.

clark@
e-mail 김인구 기자 / 문화부 / 차장 김인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숨진학생 점퍼 뺏어입고 법원에 나오다니”…누리꾼들 분..
▶ 조정래 “文대통령, 경제는 못했다…1년 더 기다려보자”
▶ ‘혜경궁 김씨’ 계정에 그간 어떤 글이 올라왔길래?
▶ 결혼 1년만에 이혼해도 국민연금 나눠 갖게 한다
▶ 차로 친 사람 병원 데려가다 길에 버려 사망··· 징역 4년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인천 집단폭행 추락사’ 사건 철저한 수사·강력한 처벌 요구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 사건과 관련해 가해 중학생 4명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누리꾼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특히 가해 중..
ㄴ 인천 집단폭행 가해학생, 숨진 피해자 점퍼 입고 법원 출두
차로 친 사람 병원 데려가다 길에 버려 사망··· 징역..
‘혜경궁 김씨’ 계정에 그간 어떤 글이 올라왔길래?
“외교부 김은영 국장 긴급상황 넘겨…무사귀환 바..
line
special news 조정래 “文대통령, 경제는 못했다…1년 더 기다려..
‘태백산맥문학관 10주년 기념식’ 기자간담회 ‘태백산맥’, ‘아리랑’으로 유명한 문학계 거장 조정래(75) 작..

line
결혼 1년만에 이혼해도 국민연금 나눠 갖게 한다
실습교육 10일차 신임검사에 딱 걸린 ‘퍽치기’ 공범
文대통령, APEC서 ‘포용정책’ 속도감 있는 협력 촉..
photo_news
쭈타누깐, LPGA 투어 사상 첫 전관왕 사실상..
photo_news
한국계 영 김, 美하원선거서 역전패… 3495표..
line
[북리뷰]
illust
노인이 무심코 내민 책 한 권 한국 ‘실학 역사’가 뒤집혔다
[인터넷 유머]
mark내가 가장 기분 나쁠 때 mark상사의 4분류
topnew_title
number 육군, 양구 총기사망 억측에 수사상황 전격..
1년전 44명 태우고 실종된 잠수함, 900m 해..
수능 이의신청 700건 육박…사회탐구 400건..
눈치보는 판빙빙, 대만 영화제 정치논쟁에 ..
11살 딸 친구에게 ‘몹쓸 짓’ 50대 징역 2년 6..
hot_photo
피겨 임은수, 그랑프리 대회 동메..
hot_photo
이나영, 6년만의 영화…“신비주의..
hot_photo
‘젠더’ 논쟁, 힙합계로…산이·제리..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