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전실 해체 1년… ‘TF 체제·중장기 전략’ 조화 당면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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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중심 자율경영 강화중
“과거처럼 저돌적 추진 못하고
눈앞의 현안 급급한 분위기”

28일 삼성이 각종 의혹 불식을 위해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지 1년을 맞았다. 그동안 삼성은 전자·비(非)전자·금융 등 3대 업종별로 조정(인사·재무·전략 등) 기능을 하는 전담조직(TF) 체제로 재편을 마무리하고, 각사 이사회 중심의 자율·책임경영 체제를 강화 중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업종 간의 중장기 사업재편과 객관적인 경영 진단, 대외 통합 소통 및 대응 등의 역할은 여전히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앞으로 이를 각사별 자율·책임경영 강화 추세와 어떻게 조화롭게 살려낼 것인가가 삼성의 당면과제로 꼽힌다.

삼성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상 과제가 실추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업종별 TF 체제도 주어진 한계를 극복하는 ‘2.0 버전’으로 진화해 나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그는 이어 “3, 4년 전만 해도 삼성이 지주회사를 만들려면 50조 원은 쏟아부어야 한다고 봤는데, 지금은 삼성전자 주가가 워낙 올라 100조 원은 필요할 것”이라면서 “지주회사 도입은 당장 어려울 것이고, 점진적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과거 화학 계열사 매각 등과 같은 큰 그림을 그리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현행 ‘업종별 TF’론 한계가 있고, ‘업종 간’까지 아우를 수 있는 복안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삼성 안팎에서 나온다. 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경영진단의 역할이 지금은 계열사별로 공정 개선이나 내부 문제 등 근시안적인 이슈에 대응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컨트롤타워가 협업부서와 협의해 중·장기 전략을 결정하면 야전부대인 사업조직은 앞만 보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중장기 전략을 결정하는 주체가 약해지다 보니 현업부서 역시 과거처럼 저돌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눈앞의 현안에 급급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삼성은 3월 1일 모태인 삼성상회(현 삼성물산)가 설립된 지 80주년을 맞고, 같은 달 22일 이건희 회장이 제2 창업을 선언한 지 30주년을 맞는다. 이 부회장이 대외 활동을 자제한 채 조용하게 경영 현안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삼성은 별도의 행사 없이 사내방송 등으로 취지를 되새길 것으로 보인다.

이관범·권도경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