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북한인권재단 구성도 못한 정치권… 韓·美공조 ‘차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독도함에 내리는 ‘블랙호크’ 우리 해군과 주한 미 2사단 예하 2항공여단이 지난 2월 27일 남해상에서 헬기 상륙함 착함 훈련에 나선 가운데 미군 UH-60 ‘블랙호크’ 헬기가 독도함에 내리고 있다. 주한미군 페이스북

與·野 다투느라 관련논의 실종
예산 줄고 시민단체 활동‘위축’

美, 탈북자와 만남 계속되는데
文정부는 ‘원론적 수준’언급뿐
한·미 ‘對北압박 엇박자’ 계속

북한인권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2일로 2년을 맞지만, 핵심 사업인 북한인권재단이 여전히 구성되지 못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놓고 한·미 간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국내 대북 인권 관련 시민단체의 활동 위축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일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인권법 국회 통과 2년을 앞두고 “여야가 아직도 이사진 구성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6년 3월 3일 국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에 명시된 북한인권재단은 대북인권업무의 중추적 기관이다. 재단의 주요업무는 △북한인권 실태에 관한 조사·연구 △남북 인권대화 등을 위한 정책 개발 및 대정부 건의 △관련 사업에 필요한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지원 등 이다. 그러나 재단 설립의 핵심 과정인 재단 이사진 구성이 공회전하고 있는 탓에 재단의 사업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재단 이사진은 12명으로 여당 추천 5명, 야당 추천 5명, 정부 추천 2명인데 상근이사 등 중요 보직을 두고 여야가 다투다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측 이사진 후보는 이미 준비된 상태”라며 “국회에서 여야가 조속히 여야 추천 이사진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재단 사업의 차질은 미국과의 대북 압박 공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 문제에 대해 한·미는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서는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후 첫 연두교서 발표장에 장애인 탈북자를 초청하고, 이후 백악관에서 탈북자들과 면담하는 등 북한의 인권 실태를 강하게 지적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북한 인권에 대해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대북 인권 단체의 활동 위축이란 악영향이 우려된다. 재단 사업이 공회전하는 동안 관련 예산은 2017년 약 118억 원에서 올해는 약 108억 원으로 줄었다. ‘국내 탈북자 1호 정치학 박사’인 안찬일 중앙대 교수는 “최근 남북 대화나 평화 통일 국면에 묻혀서 재단에 관한 논의도 사라지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인권 문제 거론을 동시에 진행하면 북한에 더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2일 국회에 북한인권재단 이사진 구성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여야가 북한인권법에 초당적으로 합의한 만큼 북한인권재단 출범에 대해 대승적 차원에서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