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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2일(金)
소멸위기의 아이슬란드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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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아이슬란드어가 소멸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국토의 5분의 4가 빙하와 용암, 호수여서 ‘얼음과 불의 땅’으로 불리는 아이슬란드의 면적은 한반도 절반 정도이지만, 2016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만9724달러로 우리의 2배에 가깝다. 아이슬란드인의 모국어 사랑은 각별하다. 외부 언어와 접촉 없이 옛 노르드어를 지키고 있어 현대인들이 700여 년 전 고문헌도 읽을 수 있단다. ‘순혈 언어’라 할 만하다. 외래어도 철저히 자국어로 다듬어 사용한다. 예를 들면, 전기(electricity)는 라브마근(Rafmagn)이라 하는데 ‘호박의 힘’이란 뜻이다. 또, 컴퓨터는 퇼바(tölva)라고 부르는데 ‘숫자(tala)를 예언하는 여자(völva)’를 의미한다. 아직도 겐세이(牽制)라는 일본말이 정치판에 난무하고, 미투(me too)라는 영어가 순화되지 않은 채 사용되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 크다.

그런데 왜, 아이슬란드어 소멸위기설이 나돌까? 이유는 디지털 생태계에 있다. 현대 아이슬란드인들도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없이는 못 산다. 다만, 아이슬란드어는 디지털 세상에서 문자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그것이 한글과 다른 점이다. 알파벳은 모두 32자밖에 되지 않지만,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 등에서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다. 원어민이 33만여 명에 불과해 시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리꾼들은 영어를 선호하고, 아이슬란드어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디지털 생태계에서 소멸위기에 이른 언어는 유럽의 30개 중 21개나 된다고 한다. 북아일랜드 리즈번 출신의 언어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한 언어의 소멸은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1명도 없을 때라고 했다. 소멸위기에 이르는 원인은 크게 네 가지. 자연재해, 질병의 대유행, 경제적 사정, 그리고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원어민 절멸이다. 사회관계망(SNS) 시대에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야 할 것이다. 온라인 세상의 고속화·일상화로 인한 ‘언어의 식민지화’이다. 인구든 경제력이든 국력이 쇠하면 언어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점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신생아가 처음으로 40만 명을 밑돌았다는 사실은 또 다른 걱정거리다. 17년째인 초저출산국에 더해 합계출산율마저 계속 급락한다면 국력 쇠퇴는 물론 사이버 세계의 한국어 소멸 시기도 빨라질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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