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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2일(金)
동계올림픽과 관광公 무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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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문화부 부장

장면 하나.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맞춰 한국관광공사가 강릉시와 함께 강릉역 인근에 설치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려던 ‘무슬림 이동 기도실’ 설치가 무산됐다. 기도실은 하루 다섯 번 기도해야 하는 무슬림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마련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일부 보수 기독교 인들이 중심이 돼 기도실 설치를 극력 반대했다.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무슬림 관광객을 불러들이려는 정부의 관광 정책까지 문제 삼았다. ‘과격 이슬람세력의 유입을 막고 있는 세계 흐름과 반대되는 움직임’이란 주장이었다. 집단항의 독려 메신저에서 이들은 무슬림 기도실 설치를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쯤으로 비유한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들의 집요한 항의에 관광공사와 강릉시는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장면 둘. 평창 패럴림픽 기간에 강릉과 평창에서 열릴 예정인 한류 축제 공식명칭이 ‘3월의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에서 ‘3월의 스노우 페스티벌’로 바뀌었다. 해외에 배포한 포스터는 물론이고 홍보자료와 현수막 제작까지 끝난 상황에서 긴급하게 행사명칭이 바뀐 것이다.

축제 명칭이 바뀐 건 불교계의 항의 때문이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과 오대산 월정사는 패럴림픽 행사에 예수 탄생 기념일인 크리스마스를 공식 명칭으로 쓰는 것에 대해 반발했다. 불교계가 발끈했던 건, 월정사가 진행하려던 올림픽 기간 중 문화프로그램을 정부가 ‘특정 종교행사’라며 지원 불가 통보를 내린 데 대한 섭섭함도 배경이 됐다. 강원도와 관광공사는 촉박한 일정 탓에 명칭 변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버텼지만, 결국 공식명칭 교체를 결정했다.

장면 셋. 동계올림픽 기간에 강릉과 평창의 두 선수촌에는 ‘종교센터’가 운영됐다. 올림픽 경기에 참가한 각국 선수단의 종교생활을 위해 마련한 시설이었다. 종교센터에 마련된 다섯 개 기도실은 단출했다. 자그마한 공간에 접이식 의자와 간이테이블을 놓아둔 게 고작이었다. 기도실에는 십자가도 불상도 없다. 기도실 안에 어떤 종교 상징물도 놓아둘 수 없다는 엄격한 규정 때문이었다. 대신 기도실 입구에 개신교, 유대교, 천주교,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6개 종교 경전과 관련 서적을 비치했다. 선수촌 기도실은 종교를 가리지 않는 ‘공동 기도실’이었던 셈이다. 늘 외롭게 승부의 벼랑 끝에 서야 하는 각국의 선수들은 이곳을 자주 찾았다. 앞선 두 장면과는 달리 세 번째 장면에서 볼 수 있었던 건 모두를 배려하는 세심함과 신중함이다. 무슬림 기도실 설치 무산이나 크리스마스 축제 논란에서는 폐쇄적 태도와 편협함이 드러난다. 특히 다른 종교를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쯤으로 폄훼하는 시선이야말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종교를 검열해가며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야 하고 무슬림 관광객은 화장실에서나 기도해야 할 판이다. 종교계의 편협한 태도와 함께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 정부와 공기업의 무신경함이다. 강릉역의 기도실을 ‘무슬림’에 한정하지 말고 모든 종교에 열어두는 것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축제 현수막을 걸기 전에 종교적 다양성을 존중해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할리데이’ 인사말을 쓰는 배려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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